(41)노인들의 性 - 2.노인 성문제, 늘어나고 있다

#.1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입구에는 50~60대 여성들이 ‘박카스’를 들고 서성이고 있다. 이들은 종묘공원을 방문하는 노인을 상대로 자양강장제를 팔며 성매매를 유도한다고 해서 ‘박카스 아줌마’로 불린다. 5000원에서 5만원대의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의 쪽방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다.

#.2

대전에 사는 박모씨(72)는 지난 2008년 8월 아내를 돌보기 위해 방문한 요양보호사 김모씨(여·35)를 뒤에서 껴안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박씨는 김씨에게 11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는 많지만 신체적으로 건강한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서 노인의 성적인 욕구도 늙지 않고 있다.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려는 노인들도 많지만, 노인의 성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성충동을 못 이겨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에서부터 부부사이의 갈등까지, 노인들의 성문제는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인 성범죄 4년새 71.7%나 급증…성매매는 실태 파악도 안돼
성윤리의식 교육 강화와 올바른 ‘남녀 차이’ 인식 제고 필요

◇급증하는 노인 성범죄

▲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5월 ‘노년의 행복한 사랑만들기’를 주제로 황혼 미팅을 실시했다. 남녀 노인들이 참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법무부와 경찰청 범죄통계 결과에 따르면 노인 강간범은 2005년 254명에서 2006년 352명, 2007년 368명, 2008년 436명으로 4년 사이 71.7%나 급증했다. 노인 성매매의 경우,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성범죄가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노인 인구의 증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노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발생도 높아지는 것. 특히 성범죄는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성병에 걸리고 있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

▲ 인구보건복지협회 울산시지회는 지난 9월 동구노인복지관에서 노인 성교육을 실시했다.
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성병 진료건수는 2007년 4만4000건에서 2009년 6만4000건으로 2만건 증가했다. 주요 성병질환에는 비임균성요도염, 단순헤르페스감염 등이 있으며 1인당 진료 건이 제일 많은 병종으로는 클라미디아,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성병질환은 만기 매독 등 이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울산지회 노인 성상담실 이명옥 상담사는 “노인들의 성적 욕구 분출이 건전한 이성교제와 부부관계로 연결돼야 하지만, (노인성병은)잘 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며 “노인 성병은 노인 문제 중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노인의 성 의식과 가치관, 성생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노인 성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성병에 걸린 노인들은 부끄러운 마음에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성병과 성매매, 성범죄, 윤리의식, 위생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 윤리의식 교육 강화 시급

노인 성범죄는 집 근처에 사는 아동이나 요양보호사 등 여성을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울산에서도 지난 2007년 6월 69세의 김모씨가 학원에 가던 정신지체아동을 성추행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노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 상담사는 “노인들의 성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실제로 강의를 듣는 노인들이 지금껏 무심코 해왔던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성교육은 아이들의 엉덩이와 성기 등을 만지는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인 성희롱, 상대방이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쳐다보는 시각적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상담사는 “노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있다”며 “며느리가 싫다고 의사를 표현한다면, 손자들을 대할 때 자신의 행동을 일정 부분 고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동과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들 간에도 무리한 신체접촉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상담사는 “다른 여성의 가슴을 잘 만지는 할머니가 있다”며 “엄격하게 말해서,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의 성 윤리의식 교육을 요청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성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노인들의 성에 대한 윤리의식을 높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녀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필요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남녀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노인의 성 상담사례에서 부부간 성 갈등과 이성교제에 관한 상담이 성건강(성기능, 성병 등)에 대한 상담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성교제와 성관계에 있어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이 상담사는 “노인 남성은 이성과의 만남에서 성관계와 재혼, 데이트비용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 정서적 공유와 대화, 취미생활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건강한 만남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황혼 미팅’과 ‘일대일 소개팅’ 등 노인을 위한 건강한 만남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활동의 폭이 좁은 노인들을 위해 복지관과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미팅 등을 주선하고 있다. 이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만남에 대한 예절을 배울 수 있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미팅에 나선다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고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대화와 공감’이 우선이다.

10년 넘게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던 60대 부부가 대화와 상담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 경우도 있다. ‘배우자의 현재의 고민을 알고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 2시간 이상 둘만의 대화를 갖는다’ ‘다툼이 생길 경우 이기기 보단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관계를 갖는다’ 등의 체크리스트를 매일 관리하면서 부부관계를 발전시켰다.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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