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역사회와 공조 필요

#1
울산 중구 북정동 통정회(회장 홍민호)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무료급식소인 수자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끼니를 때우기가 힘들고 살기가 팍팍한 이웃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 25명의 통장으로 구성된 통정회는 한달에 한번씩 무료급식소를 찾아 밥과 국, 반찬 등을 정성껏 준비한다. 급식소를 찾은 150여명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일일이 나누어주고, 위로의 말도 건네고 있다.

#2
울산 동구 화정동의 전·현직 통장들은 매주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대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지난 2010년 2월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며 몸을 씻겨주고 안부를 묻고 있다. 박금서 통장회장은 “멀리서 오신 장애인분들이 몸을 씻고 가면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통통희망나래단‘ 시범운영
어려운 이웃·저소득 틈새계층 실태 파악
울산사회복지협.통.반장.부녀회 등 연계
3월부터 '좋은 이웃들' 구성 본격 활동
복지 사각지대 발굴 민간네트워크로 활용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하는 데 있어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 지역의 통반장들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주민과 이웃,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 동향을 파악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울산 중구 복산2동 통정회는 지난해 12월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 사랑의 라면을 전달했다. 중구청 제공

예전에는 각 주민센터의 행정보조와 시책을 홍보하는 역할이 강했던 통반장들이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통반장들이 복지도우미가 되어 구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사회관계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통장은 ‘복지도우미’ 모범 사례

아직까지 울산에서는 통반장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이 개인업무로 되어있다. 하지만 서울의 몇몇 자치구에서는 통반장 설치조례를 개정해 통장의 역할을 단순한 행정도우미가 아닌 복지도우미로 확대해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을 수시로 살피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는 전국 최초로 통반장을 활용한 현장밀착형 복지를 하고 있다. 금천구는 1월부터 시흥5동에서 ‘통통희망나래단’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통통희망나래단은 6개 통당 1명씩 통장, 복지위원, 복지분야 봉사활동자 등 지역주민으로 구성해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지역자원 발굴, 공공 서비스 연계 등을 하고 있다. 금천구 전체 326통에서 60명의 나래단이 활동하게 되며, 오는 5월에는 전 동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 울산 동구 화정동 전·현직 통장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매주 목욕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20~30년씩 거주해 동네사정에 밝은 나래단 담당자들은 동마다 1~2명씩 배치돼 턱없이 부족했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며, 가스공급이 끊긴 가구를 비롯해 지역 내 저소득층을 일상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홀몸노인도 주1회 전화와 방문을 하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돌보고 있다.

금천구 복지정책과 윤혜영 주무관은 “나래단 운영으로 비정기적이었던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기대효과”라며 “나래단 담당자들이 주 3회, 1일 4시간의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이들을 돕기를 원하는 민간자원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 외에도 복지 수혜자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는 통장의 역량을 강화해 저소득 틈새계층의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연계하는 복지도우미를 활성화하고 있다. 통장을 실질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봉사자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장 예비학교를 통해 복지도우미로서 해야 할 일을 교육하고, 통장들에 대한 복지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성북구와 노원구, 경기도 부천시 등은 통반장들에게 사회복지 모니터링을 맡겨 위기가정이 발생하면 관련기관에 신고를 하고 주민들이 느끼는 복지 욕구를 파악하게 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민간 네트워크 활용해야

울산에서는 현재 5개 구·군에서 통반장을 활용한 복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가 없다. 구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해 사업을 하는 것은 없지만, 각 지역의 통반장들이 업무를 보면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주민센터에 연계해주는 활동은 하고 있다.


동구의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할 때 통반장이 추천하는 사례가 있지만, 많지 않은 편”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보험 납입을 토대로 한 명단이나 급식비 지원을 받는 명단 등을 활용해 소외계층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통장 수는 중구가 285명, 남구 411명, 동구 210명, 북구 208명, 울주군(이장) 343명 등 총 1457명이다. 자원봉사자의 성격이 강한 9977명의 반장의 수까지 합치면 통반장은 총 1만143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는 3월부터는 울산사회복지협의회에서 통반장과 부녀회, 자원봉사자, 배달원, 검침원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좋은 이웃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좋은 이웃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이웃이 발견해 도와주고 보살피는 상시 점검 봉사대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전국 30개 지역에서 시행되며 울산과 부산, 대구,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추진된다.

울산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기존의 있던 통장과 지역주민, 자원봉사단들을 연계시킬 계획”이라며 “지역사회의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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