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무얼 담았나

가해자·은폐자 엄벌
출석정지 등 강력대응
폭력서클 파악 ‘일진경보제’
학교측 숨기면 고강도 징계
교사 되려면 관련과목 이수

피해자 보호 최우선
신고전화 ‘117’ 통합
신고센터 1→17곳 확대
SNS 활용 사이버상담 강화

게임도 제재
2시간 제한 ‘쿨링오프’ 도입
유해성 심사강화 심의반영

정부가 6일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자를 엄정조치하는 동시에 인성교육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장ㆍ교사, 권한과 책임 모두 강화= 학교장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즉시 출석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교과부는 1분기 중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 특례’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또 학교장은 학폭위를 분기별로 1회 개최해 학내 폭력 실태를 점검한다.

올해부터 학급의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경우 담임교사의 지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수담임제’를 도입한다. 올해 중학교에 적용하고 내년에 고교로 확대한다.

3월부터는 학폭위의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그 내용은 학생 지도에 활용하며 상급학교 진학시 자료로 제공한다. 보존 기간은 초ㆍ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교는 10년이다.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도 늘어난다.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다 발각되면 교장과 관련 교원은 ‘4대 비위’(금품수수, 성적조작, 성폭력, 신체적 폭력) 수준의 징계를 받는다. 또 올해부터 교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피해자 최우선 보호ㆍ가해자는 엄벌=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117’로 통합하고, 24시간 운영하는 ‘117학교폭력신고센터’는 현재 1곳에서 17곳으로 늘려 광역 단위로 1곳씩(경기도는 2곳) 설치한다.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하는 제도가 개선되고 가해 학생에 대한 대응은 강화된다. 가해자가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보복을 하거나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엄하게 징계한다. 보복행위 등의 경우 가해학생 출석정지는 제한이 없어서 최소수업일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유급된다.

폭력서클 ‘일진회’의 존재를 파악하는 ‘일진경보제’가 도입된다. 또 ‘일진지표’가 개발해 활용된다. 표본조사에서 일정점수 이상 나오거나 한 학교에서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면 경보가 작동한다. 폭력서클의 존재가 확인되면 관할 경찰서장이 지휘해 없앤다.

◇또래활동ㆍ학부모교육·가정교육을 통한 예방=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담, 중재, 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인성교육실천우수학교, 창의인성모델학교, 창의경영학교, 학생안전강화학교 등 3000곳이 시범 운영된다.

위(WEE) 포털,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굿바이 학교폭력’ 스마트폰 앱 등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사이버 상담을 강화한다.

모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부모 교육을 실시한다.

또 게임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자동 종료되는 ‘쿨링오프’ 도입을 추진하고, 게임물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심사를 강화한다.

교과부ㆍ여성부가 분기별로 게임물에 대한 합동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심의에 반영한다. 초중고생의 게임 과몰입 조사도 벌인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일부연합

지역 교육계·학부모 실효성 반신반의
■ 울산지역 반응
학생인권 잠시 유보하고
교사 재량권 강화 목소리
실질적 사후조치 주문도

정부가 6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울산지역 교원단체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어느정도 기대는 되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고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울산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울산교총)는 “정부의 종합대책에 기대는 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사회, 학교간 상호협력과 함께 공동의 책무를 강조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학교와 교사가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 예방자, 중재자, 해결자로 나서야 하지만 학생인권 강화로 생활지도에 큰 지장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결국, 학생을 지도하는 대상이 교사인 만큼, 교사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학생인권을 잠시 유보하고 학교의 정책과 단위학교의 학칙을 통한 학생권리 보호 및 생활지도 강화를 규정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교총은 특히 정책영향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학교폭력 대책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제대로 적용되고, 실효성을 높여나가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자유교원조합은 학생과 학생간의 폭력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조합측은 “학생들에게 책임을 주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학생과 학생간 폭력은 물론, 학생과 교사간 신뢰가 무너지는 교육현장의 개혁도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담임교사가 조·정례 시간에 상담활동을 강화하라는 대안은 방과후수업 때문에 조·정례를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입시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변화하는 현실적인 교육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으로 학교현장에 적용되고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후조치 강화를 주문했다.

한 학부모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학생들에게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도 “학교별로 일진지표를 만든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교사는 “교사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는한 이런 대책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복수담임제는 분명 교사 1명보다는 학생관리가 수월해 지겠지만 학교폭력을 줄여나가는데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다줄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한 고등학생은 “가해학생을 곧바로 전학보낼 수 있다는 내용은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마음에 든다”며 “그러나 피해학생이 원하면 경찰 보호를 받게 한다는 내용은 피해 학생도 사생활이 있는 것이고 언제까지나 보호해줄 수 없는 만큼 오히려 피해 학생을 힘들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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