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태영GLS 노무공급권 놓고 갈등 장기화

울산항운노조와 울산신항 남항부두 9번선석 운영사 태영GLS의 항만 노무공급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출입정지 가처분 신청과 성명서 발표, 고소 등 이번 사태가 법적분쟁으로 비화된데다 항운노조의 전국적 연대가능성 등 사태가 갈수록 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공급 의무규정 없어
부두 경쟁력 끌어올리려
자체인력으로 부두 운영
노조 “생존권 박탈” 반발

원료 공급 못받은 업체들
생산.운반 차질 우려

◇울산항운노조­태영GLS 갈등 왜 일어났나= 태영GLS가 운영하고 있는 울산신항 남항부두 9번선석은 국내 유일의 민자 잡화부두다. 대다수 부두들이 항만노무공급권을 가지고 있는 울산항만노조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반해 민자·민유부두는 노조로부터 노무공급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다.

노무공급권을 다루고 있는 직업안정법(33조)과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4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5조) 등에 민자부두 운영사와 항운노조간의 노무공급권 문제를 규정한 내용이 없는 탓이다.

▲ 울산신항 민자부두 운영사인 태영GLS와 울산항운노동조합이 노무공급을 놓고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9일 울산항운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울산신항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법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는 만큼 자체 인력으로 부두를 운영, 부두경쟁력을 빨리 끌어 올리겠다는게 태영GLS의 기본 입장이다.

반면 울산항운노조는 태영GLS의 주장을 노조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태영GLS 부두의 하역물량이 태영만의 것이 아니라는 게 항운노조의 입장이다.

◇양측의 마찰로 인한 피해는= 양측의 대립으로 정문이 막히는 바람에 인근 공단에 위치한 한국제지가 종이 원료인 펄프와 전분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한때 생산차질 우려를 빚기도 했다.

한국제지가 공급받을 물량은 펄프1600t과 전분 750t으로 이 업체는 9일 생산되는 종이의 종류를 바꾸는 등 원료 수급 조절에 나섰다. 9일 오후 항운노조가 10일 오전 한국제지의 전분 반출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공장가동 중단 우려는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GLS와 같은 정문을 쓰고 있는 이영산업기계는 선박블록을 제때 운송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달내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되면 대형 선박블럭 운송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갈등 봉합할 해법은= 양측간의 입장차가 큰 만큼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산항만청 등 관계기관이 중재에 나설 뜻을 비추자 삼자가 빠진 상태에서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혀 9일 양측이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제지의 원료 반출건이 불거지면서 대치하는 바람에 본 협상은 진행시키지 못했다.

양측이 다음주 초 다시 만나기로 한 만큼 일단은 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하역물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기존 도급제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태영GLS와 입장을 좁히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한 발짝 물러서 하역물량 요율을 기존 부두와 달리 적용해 민자부두의 경쟁력 강화를 돕도록 하고 태영GLS는 도급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양측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태아기자 kt2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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