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노인들의 사각지대 - ② 재가서비스 적극 활용해야

울산에 살고 있는 강모(여·90)씨는 허리가 많이 아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다 청력까지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김씨를 돌보고 있는 가족들도 직장때문에 김씨를 제대로 보호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이 있지만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 김씨의 며느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했고, 김씨는 30일 뒤, 3등급 판정을 받아 울산의 한 재가센터의 주간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
울산지역 지난해 기준 4347명 집계
요양시설·방문간호 서비스 등 지원

복지 사각지대 등급외 판정자 위해
시, 17억 투입 ‘노인돌봄서비스’도

◇재가센터 이용으로 생활여건 개선을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정착해나가면서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32만명의 사람들이 노인복지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1~3등급의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사람들은 노인요양시설과 재가시설, 방문요양, 방문간호, 복지용구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울산에서는 지난해 6월 기준 총 4347명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치매노인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노인복지관 제공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울산에서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1등급은 518명, 일상생활이 곤란한 중증의 2등급은 869명,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3등급은 2960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3등급의 경우 요양시설에는 입소할 수 없지만,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로,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 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일일이용수가의 15%만 부담하면 이용이 가능하다”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외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표 재가기관 현황 참조)에서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가노인지원센터는 오전 8시부터 시설에 따라 오후 10시(야간)까지 운영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홀몸노인이 방치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고, 치매예방 프로그램과 생활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충족시켜줄 수도 있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부설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재가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이라며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활 여건이 나아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등급외도 지자체 재가서비스 받을 수 있어

반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이와 같은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울산의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노인

▲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치매노인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체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구가 불어나고, 예산문제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초기보다 등급을 잘 안내주는 편”이라며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3등급을 받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1월~6월) 울산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한 사람(표 장기요양보험 판정 현황 참조)은 2182명이지만, 등급을 받은 사람은 1등급 135명, 2등급 305명, 3등급 1092명 등 1532명이었다. 등급 외 판정자는 451명이고, 199명은 탈락했다.

이중 등급 외 판정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는 가입될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로, 일상생활 수행 여부에 따라 또 다시 A,B,C 등급으로 나눠지게 된다. 등급 외 판정자 중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등급 외 판정자들을 위해 ‘노인돌봄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본서비스와 종합서비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기본서비스는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안부를 확인하며, 종합서비스는 방문서비스와 주간보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150%이하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월 27시간 기준 기초수급자 무료, 차상위계층 1만8000원, 차상위 초과자 3만6000원으로 요양보호사를 쓸 수 있다.

요양보호사는 대상자의 집을 방문해 가사지원과 옷갈아입기, 집안일 등을 수행해주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380명의 노인이 혜택을 받았다. 시는 올해 노인돌봄서비스를 위해 1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들에게도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등급 외 판정자들의 상태가 더 안좋아질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등급에서 제외되더라도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가서비스를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인터뷰]“등급 판정 공백기간 서비스 못해 아쉬워”
 유용환 사회복지사

울산시노인복지관 유용환(30·사진) 사회복지사는 오전 시간이 바쁘다. 8시30분이 되면 복지관을 떠나 울산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남구 삼산동에서 북구 명촌동까지 8군데를 다니며 노인들을 차에 태우고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전 10시. 이렇게 해서 복지관에 모인 노인들은 시노인복지관의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이하 재가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유씨는 치매나 노인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가정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을 관리해주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5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체크와 식사, 물리치료, 요가, 발마사지, 생활체조, 웃음치료, 공예 등 18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강사의 보조 역할도 하고 있다.

유씨를 포함해 2명의 요양보호사와 1명의 간호사는 재가센터에 상주해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외에도 일반 노인들도 재가센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이 필요하다.

유씨는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특수한 경우에 놓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반인들도 재가센터와 관련 시설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을 원하는 노인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뒤, 본인이나 보호자의 의뢰를 통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울산시노인복지관은 일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월 12만~16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받고 있다.

유씨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는 공백기간 몸과 마음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없는 점 등이 아쉽다”며 “한 번이라도 재가센터에 몸담았던 노인들에게는 지속적인 정서지원과 서비스 연계를 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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