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공인회계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매월 한두 차례 휴업하도록 하는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달 공포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휴업일을 강제로 지정하려는 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 업체들로 구성된 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7일 ‘유통산업발전법’ 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법과 관련 지자체 조례가 마트 종사자들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편의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의 24시간 영업에 비추어 볼 때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이라는 취지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또한 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동 법에 의해 공공복리가 증진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이 방지될 수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공공복리의 개념이 다소 모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복리성을 일자리의 증진과 물가의 안정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검증이 쉽지는 않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계산원 등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영세 중소 상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동네의 상권이 동반 침체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또한 대형마트가 대량구매 및 업체간 판촉경쟁으로 상품의 가격을 낮추어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손실이나 이윤 하락을 소비자나 제조업체에 전가함으로써 실제적인 물가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은 대형마트의 개설 및 영업시간에 대해 이미 제한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사회적인 이유 및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도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이나 심증으로만 찬반의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고 보다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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