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노인들의 사각지대 - ③ 학대받는 노인들

▲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11월 중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제공
노인학대는 쉽사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문제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0년 6월 발표한 전국 노인학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6745명 가운데 13.8%가 학대를 경험했지만, 피해노인들의 65.7%가 학대를 당한 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 2.5%만이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노인을 학대하는 사람의 71.9%가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사위 또는 며느리)로 집계됐다.

배우자(23.4%)까지 포함하면 직계가족에 의한 학대는 95.3%에 달한다. 가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피해노인들이 학대행위자인 자녀들의 처벌을 원치 않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노인들의 무대응이 더욱 심한 학대로 이어져 피해상황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서 학대경험자의 50% 이상이 5년 이상 학대가 지속됐으며, 노인학대의 26%는 초기 발생 이후 강도가 점차 강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체적 학대(38.9%)는 경제적 학대(34.3%)나 방임(21.1%) 등에 비해 그 강도가 더욱 강해지는 특성을 보였다.

작년 울산 노인학대 신고 79건
2009년 26건에서 3배이상 급증
법률.의료.기초수급권 연결 등
노인 권익보호와 가정 회복 도와
예방교육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

◇노인 학대 계속 늘어나

울산에서도 노인학대가 점차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노인학대 신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사례 신고건수(표1 참조)는 2009년 26건에서 2010년 44건, 2011년 79건으로 증가했다. 학대상담(표2 참조)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0년 586건이었던 상담횟수는 2011년 2배 가까이 늘어난 1127건을 기록했다.

▲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12월 동구 화정경로당에서 일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이은주 팀장은 “노인학대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은 노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홍보활동을 전개하면서 노인들이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고, 이웃과 주변에서 신고를 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고자 유형을 보면, 노인학대를 받고 있는 학대 피해노인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가 20건으로 전체 중 31%를 차지했고, 관련기관이 18건으로 27%, 신고의무자가 13건으로 20%, 친족과 타인이 7건으로 11%를 차지했다.

이 팀장은 “노인학대는 자녀와의 문제가 많아 과거에는 노인 스스로 은폐하고 주변에 알리기를 꺼려했지만, 이제는 노인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며 “학대 피해노인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 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타인 및 친족의 신고율이 가장 저조했는데 이는 노인학대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며 “노인학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울산지역 학대 행위자의 유형을 보면 친족이 79%, 이웃 4%,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동거인 각 1% 등으로 나타났다. 학대 사례(중복 가능)로는 정서적 학대 70건, 방임 27건, 신체적 학대 17건, 자기방임 11건, 경제적 학대 6건, 성적 학대 1건, 유기 1건 등 총 93건으로 조사됐다.

◇학대 피해노인, 도움 얻을 수 있어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역 노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인학대예방과 노인인식개선 등을 실시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만들어졌다. 노인학대와 관련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피해노인의 안전망을 확보하고 통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학대 신고전화(1577-1389)와 보건복지콜센터(129), 가정방문 등을 통한 신고접수, 노인학대 의심사례 현장조사, 국민 기초 수급권 연결, 법률 상담, 의료기관 서비스 제공, 재발 방지 사후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예방교육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반인과 노인, 미취학아동,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모든 노인들이 적절한 보살핌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알려주고 노인학대 문제해결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구 다운동에 학대피해노인 ‘쉼터’가 문을 열었다. 쉼터에서는 학대 피해노인들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고, 의료지원, 법적지원, 생활지도, 심리상담, 문화활동, 가족상담, 사회적응지원, 시설입소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또 중앙병원과 중구보건소와 협약을 맺어 응급치료와 입원진료, 방문건강관리사업 등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마련했다.

쉼터의 정원은 5명이며, 2월 현재 2명의 노인들이 거주하면서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10명의 노인이 쉼터를 다녀갔다. 쉼터는 노인들에게 3개월 동안 숙식을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1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은주 팀장은 “쉼터는 학대 피해노인과 가족을 분리시키는 보호에서부터 피해노인의 심리, 정서적안정 등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학대 재발을 방지하고, 가정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