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수업 전면시행…학교가 바뀐다

(하) 학교·지자체 협력으로 효율 높여야

스포츠·문화활동 등 학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교육적 인프라 확충...사회구성원 노력 필요

‘학교특성에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33%)’ ‘문화시설 이용 요금지원 등 공공기관의 행·재정적 지원(19%)’ ‘교과교육의 심화활동을 통한 학력증진 프로그램(16%)’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적 인프라 확충 및 프로그램 개발(13%)’

울산지역의 한 초등학교가 지난해 연말 학부모들을 상대로 ‘주5일 수업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는 주5일 수업제가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모두의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범학교들도 주5일제가 정착하려면 학교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사회단체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협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범운영 학교인 A중학교는 주5일제의 성공적 요인으로 ‘지역의 모든 생활의 장이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모든 사회구성원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교육과 행정기관의 공동협력이 주5일제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울산은 현재 학교 외에는 지자체의 지원과 활동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기흥시의 경우 주말 가족나들이 코스로의 도서관 기능 개편, 지역 대학과 연계한 ‘차세대 외교관 육성사업’, 청소년 문화존 확대, 청소년활동수련시설 토요 프로그램 확대 운영, 대학 멘토링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나 서울의 지자체, 경남도, 부산 남구청, 춘천시 등 교육도시로 알려진 자치단체들은 주5일제 시행에 맞추어 시설이나, 예산, 프로그램을 지원하느라 분주하다.

판에 박힌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현재 시범운영중인 토요 프로그램은 주로 예술분야와 스포츠활동, 독서 등은 무료로, 외부강사에 의한 특기적성프로그램은 유료로 운영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은 스포츠와 문화활동이다. 그러나 정작 무료로 ‘스포츠데이’를 운영하는 울산지역 학교는 전체 232개 학교 중 56개 그친다. 170여개 학교의 학생들은 무료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관심있는 교육계 인사는 “지역에 연고를 둔 스포츠 구단과의 활동, 각 학교마다 운영하고 있는 체육특기 활동을 교환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의 박물관, 과학관, 도서관 등에서 토요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기업들과 연계해서 자동차와 선박, 석유화학 공장을 견학하게 하는 프로그램 등도 정례화한다면 현장체험을 통한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5일 수업의 궁극적 목적은 토요일에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학생들이 토요일을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

시범운영에서 드러났듯이 저소득 아동 및 맞벌이 가정의 아동 중 상당수는 놀토에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이들 학생들이 자칫 탈선이나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만큼 사회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저소득층 자녀, 맞벌이 자녀 뿐 아니라 일반 가정의 자녀들도 프로그램이 좋으면 사교육이 아닌 학교의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에서보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 학부모는 “지역사회단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보니 토요일에 체험학습으로 아이들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며 “학교와 지자체가 모두 주5일 수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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