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폐기물’ 환경부규정에 “반출대상 안돼”

주민들 “성토재로 쓰였으니 토양…분리추출 해야”

비소오염 대립 심화에 울주군 오늘 현장점검 나서

▲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배출된 비소가 든 암석이 울주군 범서읍 두산리 먹골 마을입구에 농지 성토용으로 사용되어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성토를 위해 농지에 쌓아놓은 암석을 폐기물로 봐야할까, 토양으로 봐야 할까.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두산리의 한 농지에는 암석 덩어리들이 작은 동산을 이룬 채 쌓여 있다. 성토를 위해 인근 울산-포항 고속도로 터널 굴착현장에서 들여온 것이다. 그런데 이 암석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본보 3월1일자 5면)되면서 반출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도로공사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 암석은 폐기물공정시험기준에 따라 검사한 결과 검출된 비소가 기준치에 못미쳐 반출을 안해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이 암석이 농지 성토용으로 사용됐다면 토양으로 봐야 하며 다량의 비소가 검출된 만큼 즉각 반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환경부 “토양 아닌 폐기물로 봐야”= 한국도로공사가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는 환경부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경북 경주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굴착암은 토양 및 폐기물이 아닌 ‘광물’에 해당하므로, 토양환경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와 경주시는 이에 따라 폐기물공정시험기준에 따라 비소 용출시험을 실시했고 이 기준에 따른 결과는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관계자는 “통상 입경 2㎜ 이하의 흙을 토양으로 정의하는 만큼 바위 덩어리인 굴착암을 토양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굳이 분류하자면 재활용 목적이므로 폐기물 기준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 암석이 토양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므로 반출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측은 이미 지난해 2월 토지소유자와의 협의를 거쳐 이 암석을 성토용으로 사용했다.

◇“성토재로 사용됐다면 토양” 반론도= 그러나 이 암석이 토양은 아니더라도, 성토를 위해 땅에 묻혔다면 토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성토된 순간부터 토양의 일부로 작용하며 일대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리 현장은 암석이 쌓인 채 1년여간 방치되고 있다. 비소는 산성 성분에 잘 녹는데, 그동안 내린 산성비로 일대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중금속 등에 오염된 토양은 오염물질의 차단이나 분리추출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울산의 자치단체 환경담당자는 “환경부와 주민 입장 중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우리나라 전역에 넓게 분포한 비소는 비슷한 논란을 자주 일으키고, 그때마다 ‘심각한 피해’와 ‘전혀 무해’를 강조하는 양편이 대립한다”고 말했다.

한편 굴착암으로 인해 발생한 비소 오염 문제는 지난해 울주군과 경계를 이루는 경주 외동읍에서 주로 다뤄졌으나, 이번에 울주군 관내에서도 불거짐에 따라 울주군이 5일 현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지반이 약한 농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암석을 보조기층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비소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현장을 직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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