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희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애플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잡스. 1976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시각으로 IT산업의 한 축을 이끌어 온 그였지만, 괴팍하고 독선적인 언행으로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신임을 잃고 한때 자신이 창립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었다.

스티브잡스를 쫓아낸 애플은 이후에도 독자적인 구조의 특색 있는 기기들을 만들며 교육, 출판 등의 분야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IT환경 속에서 경쟁사들은 더 실용적이고 저렴한 제품들을 만들며 어느새 시장을 점령해갔다. 위기를 느낀 애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뚜렷한 전략 없이 더 이상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애플은 1995년 4분기에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저조한 실적을 거듭하며 파산위기에 몰린 애플은 결국 1997년 그들이 쫓아냈던 스티브잡스에게 다시 손을 내민다.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잡스는 제일 먼저 자신이 떠나있던 시절에 생산되었던 잡다한 제품군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소수의 주력제품을 정하고 회사의 자원을 집중했다. 그 결과로 1998년에 탄생한 아이맥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사용방법으로 걸작으로 평가 받으며 다섯 달 만에 80만대가 판매되었고 애플은 다시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을 흥행시킨 애플은 경쟁사들이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만큼 많은 모델의 스마트폰들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일 년에 단 하나의 모델만을 내놓으면서도 IT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제용어 중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잘 할 수 있거나 해야만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기업경영 전략으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이야기도 하나의 개념으로 일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다 놓칠 수 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결국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 모든 경우에서 능사라고 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 그 반대의 미덕이 빛을 발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앞에 놓인 것은 많고 손안에 다 담을 수는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면 조금 더 경제적인 판단을 위해 “선택과 집중” 두 단어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대희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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