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재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애덤스미스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물건의 가격을 정하고 또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후생까지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내버려두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최대한의 만족을 얻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수많은 생산자와 구매자가 시장에 관한 정보를 완전하게 가진 상태에서 균질의 제품을 거래하는 완전경쟁시장인데, 실제로 우리가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은 대부분 과점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시장이 아에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국방이나 치안과 같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도 정비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공공재가 거래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곳에 들어가는 비용은 시장의 기능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더라도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시장개입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와 방식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세금을 재원으로 특정계층을 지원한다면 계층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독과점의 규제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을 왜곡시켜 합리적인 자원의 분배를 저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가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방향을 정하는 정치인들 또한 개인적인 욕망을 지닌 인간이므로, 국가의 수입과 지출이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재선이나 집권을 위해서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평소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누리는 후생수준은 떨어질 수도 있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정부의 실패’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사이에서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개입해야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너무 적은 개입과 너무 많은 개입 사이에서 시장의 질서와 국가의 시장조절기능을 고려해서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치지도자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일 뿐이다. 그 결단에 따라서 국민은 세금이나 각종 부담금의 형식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 정책시행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도 하며 정책이 실패하면 사회적 부담까지도 안게 된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처럼 ‘복지’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거운동의 큰 화두 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복지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시장개입을 요구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로 또 어떤 방식으로 국가가 행동하는 것이 가장 나와 사회에 이익이 될 것인가를 천천히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재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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