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를 위해-③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

▲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는 지난해 4월 울산시민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 예방 캠페인과 함께 1366 홍보활동을 펼쳤다.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제공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0년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미만 부부의 1년간 신체적 폭력 발생률은 16.7%로 조사됐다. 부부 6쌍 중 1쌍이 1년에 한 번 이상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행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간 신체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성 학대, 방임 등을 모두 포함한 부부폭력은 53.8%로 나타났다.

특히 기혼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피해율이 15.3%로 영국(3.0%)이나 일본(3.0%)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중 62.7%는 외부에 도움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29.1%로 가장 높았으며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가 26.1%, ‘배우자를 신고할 수 없어서’가 14.1%, ‘자녀 생각에’가 10.9%로 나타나 가정폭력을 가정내 사건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높았다.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도움 요청 전화 하루 21건꼴
현장상담으로 위기개입 활동

울산 성매매 전문 피해상담소
월 평균 120~130건 상담 접수
의료·법률 지원 요청 등 실시

◇여성긴급전화, 하루 평균 20건 상담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이하 울산센터)는 병원의 ‘응급실’과 같은 곳이다. 긴급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기본치료를 받고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것처럼 위기에 처한 여성은 울산센터에서 긴급보호를 받으며 전문상담기관과 보호시설로 연계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 울산센터의 월 상담건수는 총 636건. 하루에 약 21건 꼴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온 셈이다. 9명의 전화 상담원은 24시간 대기하면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즉각적인 상담과 긴급피난처 제공, 의료기관 연계 등을 해주고 있다.

상담내용 중 가정폭력과 가족문제 등 가정과 관련된 것은 505건으로 전체의 79.4%에 해당됐다. 이어 성상담과 성폭력이 29건, 성매매 7건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김옥수 센터장은 “가정 폭력 유형으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신체적 폭력이지만, 더 심각한 쪽은 오히려 정서적 폭력”이라면서 “보통 여성들이 심리·정서적인 폭력으로는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방치됐을 경우에는 그것이 피해인지 조차 구별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정서적 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 의욕상실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부터는 현장상담도 나가고 있다. 2명의 현장상담원은 위급한 사안 뿐만아니라 미리 예약한 접수자의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울산센터 관계자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현장상담 접수가 가능하다”며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다주거나, 법원 동행, 위기개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상담과 지원활동을 벌이는 현장상담은 2월 동안 16건에 달했다.

전화상담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고, 피해자가 처해있는 환경도 확인할 수 있어 상담원과 접수자 모두에게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매매피해여성, 줄지 않고 있어

여성긴급전화 1366 외에도 울산에서는 9곳의 상담소에서 여성들을 위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외에도 성매매피해상담소도 운영 중이다.

울산에서 단 한 곳 뿐인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는 월 평균 120~130건의 상담을 하고 있다.

대부분 성매매 피해여성이 경제적 피해와 신체적 폭력 등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3명의 전문 상담원이 전화상담과 현장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성매매피해상담소 관계자는 “상담을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성매매 피해여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업소에 들어가면서 미리 받은 선불금 때문에 빚이 늘어나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이 대부분이다. 이는 여성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는 의료지원과 함께 각종 민·형사소송 진행, 법률구조기관 등에 지원요청, 성매매 예방교육,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여성 존중 사회’로 폭력의 악순환 끊어야”

김옥수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장

“가정폭력이 줄어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희망사항입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김옥수(사진) 센터장은 가정폭력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거라고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또다른 가정을 이루면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이들이 위기사항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선택하고 있다”며 “가정 내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사회 전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1366’을 알리는 홍보활동.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이유에서다. 적극적인 활동에 힘입어 울산센터의 상담건수가 지난 1년 동안 기존에 비해 2000여건이 더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김 센터장은 민간에서의 상담활동과 더불어 정책의 변화, 법개정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보더라도 죽음 직전까지 이르는 큰 사건이 일어나야 성폭력 등의 법개정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성인지적인 정책과 양성평등한 정책이 실시되고, 법조항의 단어 하나에도 고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릴 때부터 이와 관련된 것들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변죽만 울리게 된다.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과정에서 양성평등과 성인지 정책 등이 녹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여성은 하나의 인격체다.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생각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대상화시키거나 상품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여성의 존재감을 사라지게끔 하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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