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공인회계사
고전학파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는 각 경제 주체가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자유경쟁을 펼친다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국민경제 전체에 질서와 번영을 가져온다고 보았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경제활동에 있어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의 사상적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기구는 이론상의 관념적 세계에서만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경쟁시장은 다수의 공급자가, 동질의 상품이나 재화를, 완전한 시장정보를 가지고, 어떠한 진입장벽도 없이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시장이 보다 흔한 경우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4개 라면회사들에 대해 9년 동안 라면값을 담합한 혐의로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이들 회사들의 국내시장 점유율 합계는 거의 100%로 우리나라의 라면시장도 과점시장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과점시장을 형성하는 소수의 기업들이 담합까지 하여 하나의 기업처럼 행동하면 과점시장을 넘어 독점시장이 된다. 과점시장에서는 참여 기업들이 상대 기업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질을 차별화하고 가격 이외의 요소로 경쟁이라도 한다.

그러나 담합을 통해 독점시장이 되면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의 라면값 담합 사례와 같이 시장통제를 위한 카르텔(cartel)을 형성한 기업들은 경쟁의 부담 없이 가격과 생산량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한다.

힘들여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고 이제는 편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싶은 과점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독과점 규제가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독점, 독과점이다.

자본주의의 파멸을 가져올 뻔한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도 독점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수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경쟁이 필요하다.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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