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정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날씨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현대중공업은 용접, 페인트칠 등 야외 작업이 많기 때문에 매일 오전회의 시 향후 사흘 동안의 날씨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그에 따라서 작업공정을 바꾼다고 한다. 배가 워낙 크다 보니 도색 작업 이후 비가 온다면 수십억의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력·원유와 같은 에너지 공급량도 냉난방 수요와 맞물려 기온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18℃가 되면 반소매셔츠가 팔리기 시작하고, 19℃가 되면 에어컨, 22℃가 되면 아이스크림, 27℃가 넘으면 태닝오일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2주전 양산 원동매화축제도 개화율이 채 절반도 되지 않아 주최측이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날씨변화가 일국의 생산 및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GDP 중 약 52%는 날씨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환율, 금리, 주가의 변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선물·옵션·스왑 등 파생금융상품이 존재하듯 미국·유럽 등에서는 날씨변화 위험에 대비하여 ‘날씨파생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날씨파생상품은 특정지역에서 일정기간 발생하는 기온, 강수량, 적설량 등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상변수의 변동을 인덱스화 하여 사전에 정한 지수와 실제 관측결과간의 차이에 따라 현금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취한다.

예컨대 기온선물의 경우 기준온도와 일평균온도와의 차이를 지수화하여 계약당시의 지수와 만기일의 지수를 비교하여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여름철에는 고온, 겨울철에는 저온일수록 지수가 커지며 만기일에 이상기온(여름철 저온 또는 겨울철 고온)이 발생한다면 선물을 매수한 경우에는 손해를, 매도한 경우에는 이익을 보게 된다.

물론 기상변화의 위험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손해보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매화축제와 같은 야외행사나 대규모 농작물은 대개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지진, 홍수, 해일, 폭설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한 보험도 있다. 그러나 날씨파생상품은 실제 손해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거래할 수 있으며 따라서 복잡한 손해사정이 필요 없고 극단적 위험이 아닌 일상적인 기상변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과 다르다.

이처럼 효과적인 위험관리 수단인 날씨파생상품을 유관기관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국내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지난 3월 ‘2012년 날씨파생상품 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고 한다. 기준지수 개발, 거래활성화 방안 등의 선결과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날씨파생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길 기대해 본다.

박기정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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