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② 장애에 대한 인식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에는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의 장애인과 그의 간병인과의 우정을 담고 있다. 잔잔한 감동을 그리고 있는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메시지는 장애인 필립을 대하는 간병인 드리스의 ‘태도’다. 드리스는 다른 간병인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필립이 팔을 못 움직이는 걸 알면서도 전화기를 던져주고 필립의 휠체어를 개조해 시속 12㎞의 속도로 파리 시내를 누비기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간병인이 아닌 몸이 조금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필립의 ‘친구’로 나오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비 장애인
2008년부터 차별금지법 시행됐지만
국가인권위 진정 절반은 장애인 차별

어릴때부터 인식개선교육
초·중학교 찾아가는 장애인 연극
주민대상 캠페인·강사양성 교육도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
울산종합운동장 일대 오전 10시부터
울산시 기념식·화합한마당 마련

◆장애인에 대한 바른 예절(보건복지부 제공)
·도움을 주기 전에 상대방의 의향을 확인한다.
·상대방의 신체나 움직임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
·지나친 친절과 염려, 무조건적인 도움을 지양한다.
·청각장애인 앞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이 있는 곳을 출입할 때는 인기척을 하고 누구인지도 말해준다.
·상대방이 장애로 인해 어떤 것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장애를 화제 삼아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한 장애를 입게 된 동기를 묻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장애인의 80~90%는 질병이나 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장애다. 누구나 불가피한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직접차별과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한 간접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 광고에 의한 차별 등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중 50%가 장애를 이유로 한 진정일 정도로 장애인 차별은 아직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별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이다.

▲ 울산시와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는 장애인식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배우진이 모두 장애인으로 구성된 연극 ‘오델로’를 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제공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정인숙 사무처장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5~10년 전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특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회복지나 장애인식에 대한 개념을 아이 때부터 얘기해주고 자신의 삶과 생활 속에서 부대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에서는 올해부터 찾아가는 장애인 연극공연을 통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쉽게 다가가는 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에는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장애인들이 연극 ‘오델로’를 공연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닐 사이어먼 작품의 ‘굿 닥터’를 올릴 예정이다.

정 사무처장은 “연극배우들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찾아가는 연극공연을 하는 것이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 장애인부모회 부설기관 장애인식개선센터와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도 사회에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생각전환교육,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장애인식개선캠페인, 장애인식개선 강사양성 사업, 강사진 연구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활짝 열려

울산시에서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봉사활동, 장애인의 날 행사 개최 등 장애인식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일 열릴 제32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는 기념식과 축하공연, 울산장애인화합한마당 ‘두리하나’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 사무처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체육대회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리는 시간이었다”며 “장애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행사이니만큼 올해에도 추진하게 됐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체육대회인 화합한마당이 끝나고 나면, 1시간 동안 장애인들의 작품발표회도 열린다. 농아인협회의 봉산탈춤(팔먹중춤)과 시각연합회 북난타공연, 중창단, 지적협회의 노래, 지체협회의 노래자랑, 장애인총연합회의 통기타와 오카리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장애인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약 3000여명의 장애인이 참여할 이번 행사는 울산종합운동장 옆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최된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자립생활이 최우선 남은능력 끌어내야”

정인숙 시장애인총연합회 사무처장

지난 6일 찾은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정인숙 사무처장(39)은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의 노트에는 준비해야 할 목록부터 각종 자료들까지 빼곡하게 적혀져 있었다.


정 사무처장은 “장애인에게는 자립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수혜만 받는 입장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잔존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도 체육대회인 ‘화합한마당’을 중심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계주와 공넘기, 릴레이, 줄다리기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작품발표회도 개최한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릴 수 있는 한마당이 됐으면 한다”며 “특히 작품발표회의 경우, 장애인들에게 자긍심과 성취감, 재활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10년동안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던 정 사무처장이 총연합회에 온 것은 지난 11월. 지적장애인 주단기보호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장애인과 복지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 깊어졌다.

정 사무처장은 “원스톱 지원센터가 있는 것처럼 장애에 대한 정보제공과 자립생활, 교육, 직업, 취업, 봉사활동 등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직접적인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갑작스런 장애에 대처할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하는 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고백한 정 사무처장은 “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 사람을 더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것보다 같이 어울려 사는 사고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을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것. 그 사람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잊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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