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희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거나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멕시코, 영국,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도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2001년까지 3년8개월 동안 IMF와 깊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IMF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경제를 재건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1944년에 탄생했다. 가입국들의 출자로 공동의 기금을 만들고 이를 위기에 빠진 국가의 구제금융에 사용하는데, 가입국의 출자할당액을 쿼터(Quota)라고 한다. 쿼터는 각국의 국민소득, 외환보유액, 무역구모 등을 반영하여 정하며 쿼터에 따라 IMF 자금의 이용한도나 투표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의 쿼터비중은 1.41%로 18위다. 1위는 미국으로 17.7%의 쿼터비중을 가지고 있어 국제경제에서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55년 8월26일 IMF의 5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지금은 G20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일부 국가 중심의 IMF의 운영구조에 개혁을 요구하는 위치에 있지만, 가입 당시에는 외화가 부족해 쿼터를 줄여달라고 IMF에 요청하는가 하면, 쿼터의 일부를 금으로 납입해야 했으나 보유하고 있는 금이 충분치 못해 부랴부랴 시중에서 금을 사서 미국으로 수송하는 법석을 치루기도 했다.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1만7168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고, 800~900원대였던 환율은 최고 1995원까지 치솟았으며, 종합주가지수는 350P까지 폭락했다.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극도의 긴축재정과 부실기업·금융기관의 퇴출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IMF가 “International Momentary Fund”가 아닌 “I’M Fired(해고당했다)”의 준말이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유수의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갔다. 물론 위기에 강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3년8개월 만에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면서 ‘IMF 우등생’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당시의 고통은 상당히 심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금융위기를 말한다. 반복되는 금융위기설을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도 하다. 1997년 이전이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들어본 적도 없었을 IMF이다. 다시는 그때의 쓴 처방전을 받지 않도록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과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는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대희 한국은행 울산본부 과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