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재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연일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3만원으로 휘발유 15리터를 채울 수 없게 된지 한참이 지나자 정부는 삼성토탈을 국내 석유제품 공급시장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50년간 지속되어온 4대 정유사의 독과점체제를 휘발유 가격인상의 한 요인으로 보고 공급자 확대를 통해 가격인하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독점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시켜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충분하게 공급받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는 경우에 비해 같은 상품을 비싼 가격에 사도록 만든다. 따라서 독점기업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후생이 축소된다.

반면에 규모가 일정하게 제한된 시장에서 독점기업이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여러 업체가 존재하는 경우보다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비 등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 소요되는 경비를 줄여서 기업의 생산효율을 높인다. 이리하여 같은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기업이 취득한 독점의 이익을 생산요소 확충에 사용할 경우 한 국가나 지역의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유리하여 궁극적으로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독점으로 인한 폐단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하는데 반해 독점의 이익이 사회로 돌아가는 데에는 몇가지 매커니즘을 거쳐야 하므로 사회에 이익이 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두어 상품의 공급량을 부당하게 조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또는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독과점 기업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여부를 단속하고 독점의 이익이 사회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울산지역은 하나의 정당에서 전 의석을 석권하였다. 정치시장과 경제시장이 완전히 동일한 논리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독점과 마찬가지로 정치력의 독점도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보장하는 이면에 그로 인한 폐단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위험은 권력의 분립과 권력행사의 절차확립 등을 통해서 방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구체적인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정치의 시장에서는 정치적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정치비용을 부담하는 납세자인 국민이 궁극적인 감시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울산시민들은 지역를 대표할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것으로 역할을 그칠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한편으로 이들이 바른 일꾼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차재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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