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④ 성인장애인 교육여건 개선돼야

성인장애인 시설 턱없이 부족
중증장애인 방치하면 증상 악화
재활 프로그램·직업교육 필요

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운영
회사·협의체 구성 실습 추진
장애인보호작업장과도 연계

동구청 ‘곰두리 대학’ 주목
동구종합사회복지관서 운영
상담·교육·문화생활 동시에

#.1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없으면 그 사람은 장애인입니다. 그러나 혼자서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닙니다”

스웨덴 출신 가수 레나 마리아(45)는 두팔 없이 왼쪽 다리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왼쪽 다리가 30㎝에 불과했지만, 수영과 운전, 피아노, 성가대 지휘까지 해내며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정상인 오른쪽 다리 발가락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커피도 끓이고 십자수도 놓을 수 있을 정도다.

▲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난 19일 성인장애인 20여명을 대상으로 ‘비누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장애인부모들의 교육을 위한 곰두리 대학의 일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레나 마리아의 이같은 행보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교육’이 뒷받침된 결과다. 3살 때 수영을 시작한 레나 마리아는 18세가 되던 1986년, 스웨덴 대표로 신체장애인 세계수영 선수권대회에서 50m 배영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음악적 특기를 살려 스톡홀롬 음대까지 진학했다. 자립심을 키우고, 직업적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교육’은 레나 마리아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2

울산 동구에 살고 있는 김모(23)씨는 어릴 때부터 자폐성 장애를 앓아왔다. 김씨의 어머니인 이모(46)씨는 아들의 장애를 알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사설기관과 특수학교, 복지관 등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교육시킬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일반초등학교에서 5학년때까지 교육을 받던 김씨는 사춘기에 접어들자 장애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는 아이의 상태에 맞는 교육을 해주지 못했다”며 “특수학교로 옮기면서 개별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고 (특수학교에)늦게 온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교육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단절돼버렸다. 기존에 있던 주·단기 보호센터나 복지관 등도 포화상태였다. 집 근처에는 장애인복지관이 없었고, 그나마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웃음치료와 미술, 체육 등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 곰두리 대학 수업장면.

이씨는 “성인장애인이 갈 수 있는 시설은 지어도 지어도 모자랄 판이다”며 “단순한 수업이 아닌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직업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장애인 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집에만 있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교육시설 많아져야

23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에는 총 3곳의 특수학교가 있다. 혜인학교와 태연학교, 메아리학교다.

혜인학교에는 총 44개 학급에 274명의 학생, 태연학교에는 총 34학급에 201명의 학생, 메아리학교에는 30학급 11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지난해 울산지역 고등학교 장애인 졸업생은 133명. 이중 94명은 진학하거나 취업했지만, 나머지 39명은 진학과 취업 모두 하지 못했다. 진학한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다양한 전문기술교육의 습득 기회를 제공하는 ‘전공과’에 올라가지만 2~3년이 지나 전공과를 졸업하게 되면 이같은 고민을 다시 반복하게 되는 처지에 놓인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장애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지적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더욱 부족하다”며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 등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다가 나가라고 하면 다른 곳을 찾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나 전공과 졸업과 동시에 고민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울산시 교육청 관계자는 “장애인 학생의 진로를 돕기 위해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맞춤형 직업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회사와 협의체를 구성해 장애인 학생이 직접 사업장에 가서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다. 또 장애인보호작업장과도 연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심과 지원 필요해

울산 동구청은 올 4월부터 ‘곰두리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이 위탁을 맡았으며, 18세 이상 성인장애인을 대상으로 아로마테라피와 한지공예, 영화 관람, 건강관리 프로그램, 웃음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20명과 장애인 부모 10명 등 총 30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부모교육으로는 상담과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 자조집단, 응급상황 대처법 등이 있다.

‘곰두리 대학’은 지자체에서 성인장애인에 대한 평생교육에 관심을 갖고 예산과 프로그램 진행 등을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내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장애인 교육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성인장애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며 “곰두리 대학의 경우, 초기에는 단순한 교양 위주의 프로그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업훈련을 추가하는 등 더욱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 박햇님 사회복지사는 “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복지에 집중하기엔 인력 부족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성인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서 “울산지역의 다른 종합복지관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운영돼 보다 더 많은 성인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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