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BOJ)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하여 한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 국채 매입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그 배경 및 의도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국가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외환보유액을 주로 선진국 국채, 그 중에서도 미 국채에 60% 이상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달러화가 글로벌 교역 및 금융거래에 있어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위상이 하락하면서 세계 외환보유액의 통화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8년말 64.1%였던 달러화 비중이 지난해 6월 말에는 60.3%까지 축소되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 일변도의 자산구성에서 벗어나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정부의 한국 국채 매입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투자다변화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물은 수익성에 앞서 안전성 및 유동성을 갖춘 안전자산이어야 한다. 따라서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격상된 한국 국채 및 경제의 위상을 일본 정부가 확인시켜 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우리 국채 매입에는 다른 의도도 있을 수 있다. 일본기업은 지난해 이후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에다 엔고까지 겹쳐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일본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에게는 엔고가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호재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일본으로서는 엔고를 저지하는 동시에 한국 원화의 강세를 유도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본이 우리 국채를 매입하면 엔화를 매도하고 대신 한국의 원화를 매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엔화는 평가절하되고 원화는 평가절상이 되므로 일본기업의 수출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 보수적이기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이 외환보유액을 한국 국채에 투자한다고 하니 투자다변화라는 ‘다테마에’(建前:겉마음)의 이면에 숨겨진 ‘혼네’(本音:속마음)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주하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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