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위해 ① 지역아동센터 열악한 환경 개선돼야

한부모, 다문화, 결손, 빈곤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열악한 탓에 안정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지역아동센터는 총 56곳으로 1400여명의 아동들이 이용하고 있다. 29명 이하의 아동이 이용하는 센터의 경우,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운영금은 월 370만원 수준.

이 운영금으로 의무고용인 시설장과 생활복지사 등의 임금 뿐만아니라 월세, 사무행정비, 공과금, 차량유류비, 비품구입비, 자원봉사자 관리비, 아동복리후생비, 프로그램비, 야외현장체험 활동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동센터 필요성 날로 커져
경기 722곳·서울 395곳…울산은 56곳뿐
저소득 대상 6000명 수용인원은 1400명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 밖으로 내몰려

관련인력 처우 개선부터
시설장·복지사 급여 100만원 수준
80%이상 상여금·시간외수당 못받아
토요운영비 지원금도 月40만원 불과

공동모금회 후원금 비중 높아
전국평균 724만원보다 높은 980만원
초록우산 등 민간지원도 1000여만원
기업후원 유동적…지자체 관심 절실

◇울산지역아동센터, 전국에서 가장 적어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전국 지역아동센터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시·도별 지역아동센터 중 울산이 56곳으로 가장 적었다. 경기가 722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399곳, 서울 395곳으로 뒤를 이었다.

울산과 인구과 비슷한 광주(147만명)의 경우 약 5배에 가까운 272곳이었으며, 인접한 경남(254곳)과 부산(194곳)도 백단위를 넘어섰다. 제주(72곳)에 이어 울산(56곳)이 꼴찌를 차지했다.

▲ 한국암웨이 울산점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함께 요리교실을 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 제공

더욱이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확충과 함께 근본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체 울산의 저소득 취학아동은 6000여명(울산시교육청 추산, 급식지원 기준)인데, 지역아동센터 운영인원은 1400여명이라 저소득 취학아동의 23%만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중 63.2%가 기초생활수급권 아동과 차상위계층 아동이라는 점은 지역아동센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기초생활수급권 아동은 2만6237명(25%), 차상위 아동 4만147명(38.2%), 기타승인 아동 2만4명(22.9%), 일반아동 1만4594명(13.9%)로 조사됐다.

기타승인 아동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아닌 아동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신빈곤층 아동을 말하며, 공신력 있는 기관 및 담당자의 추천서를 통해 해당 아동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 현대자동차 등대회는 지난해 6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함께 양산 배냇골에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 제공

특히 전국의 차상위계층 아동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지난 2007년 3만785명에서 2008년 2만6797명, 2009년 3만1792명, 2010년 3만7801명, 2011년 4만147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운영정원과 운영비 운용 때문에 센터에 들어오고 싶어도 오지못하는 아동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대기인원이 있는 곳도 있다”며 “지역아동센터와 돌봄교실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밖으로 나돌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생활복지사, 임금 처우 개선돼야

운영비가 부족하다보니 시설장과 생활복지사들의 처우가 열악한 것도 현실이다.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시설장 평균 급여는 103만8723원, 생활복지사 급여는 101만475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활복지사 종사자 4642명 중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3734(80.4%)명,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4111명(88.6%)로 조사됐다.

동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9년차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지만, 임금은 100만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하루에 9시간에서 10시간동안 일할 때다 많다. 종사자들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토요일에 운영을 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생겨나면서,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토요운영비로 월 40만원이 지급되지만,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5월에는 아동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마음놓고 영화 한 편 보러갈 수 있는 처지가 안된다”며 “영화를 보더라도 기업이나 다른 기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기껏 할 수 있는 야외활동이라고는 돈이 들지 않는 산책 등이 전부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보건복지부가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지침을 바꿔 센터를 이용하는 1일 평균 이용 아동 수에 따라 프로그램비를 분기별로 차등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의 운영비(총 금액의 80%를 차지)를 차등지급한다는 데에서 지역아동센터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프로그램비(총 금액의 20%를 차지)로 바꾼 것이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박수일 울산지부장은 “기존의 운영비 차등지급은 고정지출이 많은 지역아동센터의 재정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지역아동센터의 목소리를 반영해 운영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키워주는 ‘기업후원’

울산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별도지원금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정부보조금은 4347만원이지만, 울산은 4277만원이며, 지자체 별도 지원금도 전국 평균 478만원이지만, 울산 평균은 이보다 턱 없이 낮은 321만원으로 하위에 해당된다.

그에 비해 공동모금회를 통해 들어온 후원금은 전국 평균 724만원보다 높은 평균 980만원이다. 개인후원금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 등 민간지원도 1000여만원에 달한다.

박수일 울산지부장은 “울산의 기업에서 공동모금회를 통해 토요사업 운영을 지원해, 아동들을 돌볼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에서 아이들을 키워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후원은 경기흐름에 따라 유동적이고 한계가 있다”면서 “지자체 등에서 사각지대와 방임에 놓인 아동들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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