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국 외국인이 함께사는 글로벌 도시

중국인 근로자 정원룡(45)씨는 지난해 9월, 울산에 온 지 두 달만에 ‘피부암’ 진단을 받았다.
진료비만 1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2006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마산과 춘천, 인천 등 여러 공장을 옮겨 다니며 살아왔지만, 월급은 모두 가족이 있는 중국으로 보냈었다.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했던 정씨는 친구의 소개로 울산글로벌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정씨에게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수술비와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은 200만원대로 줄어들었다.
통역이 가능한 자원봉사자는 정씨와 함께 병원을 동행해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울산대병원의 후원을 받는 것도 주선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한 정씨는 글로벌센터와 울산시민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삶의 희망’이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 외국인 2만명시대
울산인구의 2% 차지
체류목적은 취업과 결혼
중국국적이 절반 육박

■ 울산글로벌센터
상담·통역에서부터
비자·체임까지 해결
생활밀착형 정보 안내
다양한 창구 필요

◇울산거주 외국인 수, 2만명 넘어서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공업도시 울산이 ‘글로벌 도시’ 울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의 공존도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외국인들이 정주환경에 대한 불안감 없이 울산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 제대로된 글로벌 도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지난해 4월 울산글로벌센터의 한국문화 체험특강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우리나라 고유 의상인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글로벌센터 제공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만8914명이었던 울산 내 거주 외국인 수는 2010년 1만9354명, 2011년 2만1400명으로 2년 사이 2500명이 늘어났다. 울산 전체 인구 중 약 2%에 해당하는 수치다. 등록된 국가만 91개국. 중국(43%)이 가장 많았고, 베트남(14.9%), 스리랑카(5.1%), 필리핀(4.8%) 등이 뒤를 이었다. 키르기스스탄과 크로아티아, 아제르바이잔 등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이상 장기체류를 하며 울산에 머물고자 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크게 ‘취업’과 ‘결혼’으로 나뉘었다. 취업 관련 비자를 가진 사람은 1만여명, 결혼비자를 가진 사람은 1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귀화해 다문화가정을 형성한 사람도 3800여명에 이르렀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울산글로벌센터는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상담과 통역, 한국적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의 경우, 병원 진료부터 출입국 비자 문제, 임금체불까지 여러가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2010년 1359건이었던 상담건수는 2011년 2338건으로 72%나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통역 543건, 출입국·비자 342건, 임금·고용 326건, 의료 176건, 한국어 강좌 172건 등이 많았다. 결혼과 이혼, 법률, 교육, 불법체류 등도 포함돼 있었다.

울산글로벌센터 박병규 주무관은 “상담의 90%는 중국과 몽골, 인도네시아 등 동남권 국가의 외국인”이라며 “센터는 울산에 기반을 잡기 위해 온 외국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울산글로벌센터는 지난해 5월 세계인의 날(5월20일)과 다문화 주간을 맞아 세계 전통문화 공연과 다문화 체험 부스 등을 운영했다. 울산글로벌센터 제공

올 2월부터는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외국인 지원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출신국과 국적취득 등 일반현황과 가족관계, 취업, 건강, 보건의료, 사회생활, 복지욕구 등의 주민실태를 조사 중이다.

박 주무관은 “글로벌사회로의 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시대적 요청”이라며 “외국인 주민의 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담서비스와 맞춤식 한국생활 이해과정 프로그램, 결혼이주여성 네트워크 운영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 밀착형 정보, 많아져야

지난해 부산에서는 ‘글로벌 중개사무소’가 등장했다. 부산에서 집을 사거나 전·월세를 구하려는 외국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중개사무소를 선정하는데 총 37곳의 공인중개사무소가 참여했으며, 부산시는 서류심사와 소양 면접, 외국어 인터뷰를 거쳐 18곳을 최종 선정했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글로벌 중개사무소에서는 영어와 일어 등이 가능한 공인중개사들이 외국인의 주택임대차와 매매 등 부동산 거래를 도와주고 있다.

지난 4월, 대구시는 거주하고 있는 3만여명의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대화로 유기적인 관계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는 소셜미디어(블로그, 페이스북)의 영문채널을 오픈해 외국인과의 공감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외국인 기자단과 SNS서포터즈도 모집한다.

울산에서는 글로벌센터에서 외국인생활가이드북을 발간해 배포하고 있지만, 주거와 취업, 교육, 의료서비스 등 일반적인 현황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는 분기별로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있지만, 온라인 등에서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울산에 살고 있는 외국인 700여명이 가입해있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울산에 살면서 어떤 정보가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본 결과, 아이디 Rene Anderson은 “외국어가 가능한 의사와 치과의사, 여행상담소 등이 있는 정보가 한데 모여져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이디 무아리엘은 “버스번호와 버스정류장 위치를 찾아주는 웹사이트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외국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해줬으면 한다. 번역해주는 봉사자들의 도움 없이는 여러 정보를 잘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및 단체
기관명 지원업무 연락처
울산글로벌센터 상담 및 통역, 국제 교류
사업 지원, 한국사회 적응
프로그램 운영
1577·2818
남구외국인주민지원센터 모국어 도서대출,
외국인주민 생활편익사업
226·5488
남구 종합사회복지관
한글문화학교, 외국인도
움센터 운영
260·2981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가정 지원, 결혼이
민자 교육
274·3185
울산남부경찰서 외국인주민 인권보호 266·5457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국사무 상담 279·8003
울산YWCA 교육, 문화프로그램 운영 247·3520
국제볼런티어센터 통역서비스 제공 272·0678
울산한국베트남가족협회 베트남가족 지원 010·3286·2079

■ 외국인주민 지역행사
행사명 시기 주관
외국인근로자 어울림한마당 5월 국제PTP울산챕터
세계인의 날 행사 5월 울산글로벌센터
나담축제 7월 울산글로벌센터
다문화축제 7월 울산YWCA
한가위 큰잔치 9월 울산글로벌센터
세계문화체험행사 10월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남구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10월 남구 종합사회복지관
외국인 체육대회 11월 울산국제볼런티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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