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 ③ 아이들의 희망, 드림스타트

■ 울산 유일 ‘울주드림스타트센터’
온산·언양 등 6개읍면 350여명 관리
2013년부터 울주 전지역으로 확대
아동센터 연계 이동지원체계 구축키로

■ 매주 사례관리회의 개최
담당자 1명이 30~40명 아동 집중관리
신상·주요문제 등 상세히 파악·지원

■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부모의 인식 긍정적으로 바뀌면
양육·집안 분위기도 긍정적 변화
갈등·문제행동 줄고 사회성 향상

울산에서 할머니와 아빠, 언니, 동생 함께 살고 있는 민지(가명·12)의 집에는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좁은 집안으로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빠의 월급은 150만원. 이마저도 60만원의 빚을 갚고 나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집안일을 할 수 없었고, 장애가 있는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뒤로 어쩌다 한 번씩 민지를 만나러 왔다.

학교가 끝난 뒤, 민지는 곧장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일하러 나간 아빠와 집에 있는 할머니, 주변 이웃 누구도 민지를 살뜰히 챙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민지는 공부에도 흥미가 없었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했다. 밥을 제때 챙겨먹지 못해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적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까지 겪어 민지의 몸과 마음은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드림스타트센터를 만난 민지는 달라졌다. 지난해만 6차례에 걸쳐 종합건강검진과 안과검진, 치과검진, 예방접종 등을 받았다. 심리검사와 상담, 놀이치료를 통해 어두웠던 마음을 조금씩 풀었다. 부족했던 학습능력은 일주일에 5번 공부방을 찾으면서 나아지고 있다. 세계의 문화유산 체험과 생활예절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캠프도 참여할 수 있었다.

민지만 변화된 것이 아니었다.

민지의 가족도 드림스타트센터의 지원대상이었다. 방문간호서비스와 함께 사랑의 집수리 사업, 생계비 지원, 밑반찬 지원이 이뤄졌다. 직장일로 바빴던 아빠는 점점 아이들의 양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지는 점차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어려웠던 공부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취약계층 아동의 공평한 양육여건과 출발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드림스타트센터가 제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동의 발달에 필요한 복지와 의료, 교육을 통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병원과 학원,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조직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31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지난 2007년에 울주군 드림스타트센터가 설립됐다. 현재 온산과 언양, 온양, 범서, 청량, 삼남 등 6개 읍·면을 대상으로 총 350여명의 아동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오는 2013년에는 울주군 전 지역으로 확대돼 보다 많은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마라톤 사례회의…드림스타트센터의 원동력

지난 11일 오전 찾은 울주군 서부종합사회복지관 내 드림스타트센터에는 11명의 담당자들이 둘러 앉아 사례회의가 한창이었다. 매주 1회 실시하는 사례회의는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종일 이어진다. 이날은 드림스타트센터의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등도 동석했다.

먼저 범서센터와 언양센터, 온양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동들의 현황소개가 시작됐다. 한 아동 당 A4지 3장에 걸쳐 빼곡하게 기록된 상담지에 눈에 띄였다. 기본적인 신상정보에서부터 주거환경, 소득현황, 건강상태, 보육현황, 학교생활, 가족의 주요 문제, 아동의 욕구, 위기사정, 서비스계획 등이 상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한 사례당 30분 가까이 담당자들의 토의가 진행됐다. 예를 들어 소희(가명·11)의 집에 컴퓨터가 없다는 사실이 파악됐다면, 관공서 등에서 중고 컴퓨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소희가 타 지역에서 컴퓨터를 보급받은 적은 없었는지 등을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부모의 근황과 소희의 학습상황 등 ‘소희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까지 파악할 만한 심층적인 내용도 이어졌다.

▲ 울산 유일의 울주군 드림스타트센터는 매주 1회 담당자들이 모여 아동에 대한 통합사례관리 회의를 진행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아동들의 치과검진 등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아동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교육·체험·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13년에는 관리대상이 울주군 전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보다 많은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드림스타트센터 김진희 주무관은 “단순히 해당 아동에게 필요한 지원만 실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아동의 발달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드림스타트센터의 주 목적”이라며 “고위기군에 속한 아동은 1개월, 중위기군에 속한 아동은 3개월에 한 번씩 이렇게 사례회의를 하며 진행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드림스타트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동은 350명으로 울주군 전체아동인 3만848명 중의 약 10%정도이다.

김 주무관은 “1명의 담당자가 많게는 1000명이 넘는 대상자들을 관리하는 기존의 복지사업과는 달리, 드림스타트센터는 1명의 담당자가 30~40명의 아동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고 아동복지기관협의체를 운영해 드림스타트센터를 중심으로 한 아동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려한다”고 말했다.

◇아동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교육’

드림스타트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아동교육과 함께 부모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사진촬영과 가족낙농체험, 자녀양육 부모교육, 부모 취미교실 등 가족과 부모가 함께하는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부모교육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뀔 때, 아동에 대한 양육과 전반적인 생활방식, 집안 분위기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드림스타트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 올바르다면, 굳이 (드림스타트센터)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외부의 도움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며 “아동교육과 부모교육을 모두 실시해봤을 때, 부모교육을 하고난 뒤의 아동의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 부모교육에 더욱 치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림스타트센터에서는 부모교육 외에도 건강검진, 심리상담, 기초학습교육, 학원비지원, 생활예절교육, 아동권리교육, 가족운동회, 가족캠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년동안 드림스타트 서비스를 받은 아동 중에서는 학업과 사회성, 운동, 신체, 행동 등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감이 증가하기도 했다.

2009년 자기유능감이 52.77점이었던 아동들이 서비스를 받으면서 2010년 68.78점을 받았고, 사회성도 65.01점에서 67.55점으로 좋아졌다.

반대로 문제행동은 43.42점에서 42.20점으로 줄어들었다. 가족갈등도 51.82점에서 46.42점으로 낮아졌다.

드림스타트센터 김진희 주무관은 “꾸준하게 지역사회의 자원을 발굴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아동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센터가 되도록 하겠다”며 “하늘아래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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