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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특집
[도시의 고향]300년간 문수산 정문 지켜온 ‘수문장’ 마을9. 수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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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1  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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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동과 웅촌 사이 고립된 마을
문수IC 인근 갈림길로 들어서면
골짜기 겹겹이지만 농토는 비옥

남평 문씨·고성 이씨 집성촌
참붕어·반딧불이 사는 청정지역
국립대 유치 최적지 거론되기도

울산에서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마을이 있다. 무거동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부산쪽으로 내려가다보면 문수초등학교가 나온다. 갈림길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머리를 돌려 외길을 따라 들어가면 수문마을이 나온다. 곳곳에 ‘수문마을’이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찾기는 쉽다. 수문(殊文)마을은 문수산(文殊山)의 ‘문수’를 뒤집어 이름을 땄다.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마을의 유일한 외길을 따라 양쪽으로 집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남평 문씨의 내력이 아직도 곳곳에 서려 있는 이 마을은 도시화의 물결에 떠밀려 무거동과 웅촌 사이에 섬처럼 남아 있다. 국도변에 있으면서도 무심결에 지나치기 일쑤인 이 마을은 어쩌면 발음 그대로 ‘숨은 마을’이다.

◇외길 따라 길게 형성된 농촌

문수IC 옆의 숯고개에서 발원한 수문천이 마을을 가로지른다. 외길은 대략 6㎞다. 골짜기가 많고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오지마을이다. 하지만 농토가 비옥했다.
   
 
  ▲ 무거동과 웅촌 사이 섬처럼 남아 있는 수문마을은 마을의 외길을 따라 양쪽으로 집들이 군데군데 늘어서 있다.  
 

수문마을 문경한(74) 노인회장은 “옛날에는 청량면에서 최고 부촌이었다. 요즘은 최고 낙오가 돼서 그렇지. 논농사도 다 크게 짓고, 배농사도 지으니 다 먹고 살 만했지. 그래서 자식들 공부도 잘 시켰다. 동네에서 인물이 많이 났어”라고 말했다.

제주지검장으로 있었던 이영기씨, 고검장까지 지낸 이종백씨, 육군 소장 출신 박정근씨, 문규호 세무사, 문경학 전 천곡중학교 교장, 문정환 변호사, 문규진 교수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마을의 유일한 외길에는 벚꽃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데, 벚꽃나무를 심게된 배경과 다시 없애버린 이유가 재밌다.
   
▲ 문상준 수문마을 이장이 마을의 내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경한 노인회장이 마을 이장을 할 때 벚꽃나무를 길 양쪽으로 심었다. 꽃동산을 만들어 마을을 관광자원화할 요량이었다. 외지에 나가있는 고향 사람들에게 묘목을 기증받아 1992년부터 1년여 동안 800여주를 심었다. 시간만 지나면 길 양쪽으로 나 있는 벚꽃나무는 장관을 이룰 것이었다. 하지만 한창 꽃이 피기 시작하던 2000년도에 벚나무를 모두 파냈다. 이유는 이 마을의 주 소득 작목인 배 수출 단지를 조성하면서 벚나무에 기생하는 흰깍지벌레가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흰깍지벌레는 배나무로 옮겨 병충해를 입힌다.

문 회장은 “당시 배를 미국에 수출해야 되는데, 관계자들이 현장에 와서 보더니 벚꽃나무가 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있나, 벚나무를 모두 파냈지”라고 회상했다.

지금도 마을회관 앞에는 벚꽃나무 한 그루가 앙상하게 남아있다.



◇남평문씨 집성촌

수문마을은 남평 문씨와 고성 이씨가 주로 살고 있다. 남평문씨는 1720년 이전부터 집성촌을 이뤘다. 남평문씨 재실 모당재와 고성이씨 재실인 순익재가 마을에 있다. 다전 서씨 재실도 있다.
   

“문수산 정상에서 딱 보면 정문이 수문마을이다. 내가 이장질할 때 서울서 철학관하는 사람이 내려왔었다. 그래서 만나니까 땅 한평에 얼마씩 하냐고 물었다. 업자들이 대학교부지를 사려고 풍수지리를 볼 줄 아는 사람을 데려온거지. 그 때가 울산에 한창 국립대학교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그 사람들 말이 수문 여기가 최고 명당이라고 했다. 근데 그 철학하는 사람이 15~20년 뒤면 집 호수가 몇백 가호로 늘어난다고 했는데, 그건 맞추지 못했다.”

문경한 노인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수문마을에는 다른 마을에 비해 당수나무가 없는 것도 특이하다. 문 회장은 “다전 서씨 재실 있는 곳에 당수나무골이라고 있는데, 예전에 당수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 재실을 지을때 그 쪽에 건축자재로 이용할 큰 나무가 있어서 이용됐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집집마다 대문이 없다. 문경한 노인회장은 “옛날부터 대문 달아놓으면 도둑맞는다고 했다. 우리 클 때 도둑이 왔다고 하면 아랫마실하고 윗마실 연락해서 ‘길을 막아라’ 하면 도둑이 도망을 못 갔지. 들어오면 다 잡혔다”고 말했다.

두현, 죽전, 수문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문죽리 공동묘지도 있다. 묘를 설 때 원주민은 30만원, 외부인은 100만원 정도 내야 한다. 하루 세번 버스가 다닌다.

문상준(57) 이장은 “수문마을에서는 참붕어, 비단개구리, 반딧불이를 아직도 볼 수 있다. 수문천을 두고 양쪽으로 마을이 형성돼 작은 교량이 12개나 있어 다리가 제일 많은 마을로도 불린다”고 말했다.

원래 마을 길은 리어카가 근근이 다닐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부지 제공으로 1962년 확장된 도로는 1992년 시멘트 포장도로로 완공됐고, 1994년에야 행정의 지원으로 현대식 도로가 완공됐다.

글=김봉출기자·사진=김경우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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