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노후준비 안돼있는 베이비붐 세대 ① 현황과 실태

가난한 어린시절을 지나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맞이한 세대가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라 불렸던 베이비붐(1955년~1963년 출생자)세대. 한 가정의 가장, 아버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열정적으로 살아왔지만, 그들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자살을 하고 싶다는 50대 남성이 늘어나고 있으며, 체계적인 노후대책 방안은 아직까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퇴직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오지만, 복지와 재취업, 사회참여, 노후소득, 건강, 주거안정, 문화, 환경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 제조업 많은 울산, 2010년부터 대량퇴직 시작
현대重 올해 900명 전망…현대車 2016년 1000명 넘을 듯

■ 나이 관계없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고파
노후활동 34% “일자리 희망” 71% “삶에서 일이 중요”
고용노동부, 고령자 고용촉진 개정안 올 입법예고 예정

■ 20%가 아예 노후준비 전무
노령연금 수령 대상 50%미만…임시직·자영업자 미미

■ 부모부양·자녀지원 부담 ‘이중고’
70% “부모 생활비 지원”…90% “자녀 결혼준비 해줘야”
자산총액의 77% 이상 부동산 차지 ‘금융자산 부족’

최근들어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면서, 베이비부머의 특성을 반영한 특화된 서비스와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세대 노인과는 또다른 욕구를 가진 베이비부머의 노화를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에 55세가 되어 고령자가 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앞으로 2020년이 되면 ‘노인’이 되기 때문에 고령화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울산, 베이비붐 세대 집중

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2010년 기준 712만5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베이비부머 집중률로 보면, 울산이 19.7%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15세 이상 인구 대비 베이비붐 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의미다. 부산 19.4%, 대구 18.9%, 인천 18.8%, 대전 17.9%, 서울 17.9%, 광주 17.1%가 뒤를 이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운수업, 건설업 등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중·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제조업이 많은 울산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정년퇴직 연령에 도달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울산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950명, 2011년 788명이 퇴직했으며, 올해도 900여명의 직원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오는 2016년이 되면 정년퇴직자가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 및 고령화에 따른 정책수립 방향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절대 다수인 77.8%가 현업을 지속하고 싶어했다. 노후의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63.9%가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었으며, 70.9%는 노후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은퇴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센터장 현숙희)는 지난달 22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문화계를 움직인다’를 주제로 대시민포럼을 실시한 가운데 안이영노씨(위쪽)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제공

노후의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유는 소득을 위해서가 58.5%, 건강을 위해서 16.2%, 자기 발전을 위해 14.4% 등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근로시간단축 청구권과 대기업의 퇴직·이직 예정자 대상 전직지원서비스 제공 의무화 등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고령 인력이 나이에 관계없이 의욕과 능력에 따라 ‘주된 일자리에서 더 많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절반 이상은 노후준비 안돼

보고서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연금가입율은 높지만, 임시직이나 일용직의 경우 납부예외자의 비중이 높아 충분한 연금급여가 확보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개인연금 가입율도 임시직과 일용직은 20% 미만이며, 자영업자의 경우도 2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노후준비 방안인 연금만을 두고 봤을 때, 전체 베이비부머 중 50% 미만이 국민연금에서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0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는 베이비부머의 20%가 아예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준비능력 없음 50.3%, 앞으로 준비할 계획 39.8%, 아직 생각안함 7.4% 등이 나왔다.

특히 베이비부머는 부모부양과 자녀지원의 부담이 병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비부머의 부모 중 약 70%는 생활비 도움이 필요했으며, 베이비부머들의 90%는 자녀의 결혼준비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자산에서도 어려움은 여과없이 존재했다. 50~55세 베이비부머 자산총액은 3억5578만원이며, 이중 부동산이 77.3%인 2억7517만원을 차지했다. 부채도 6205만원으로 나타나 금융자산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여가 프로그램 다양해져야

2010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1년동안 문화예술 관람을 한 베이비부머는 전체의 절반도 안되는 47.8%였다.

노인세대가 여가활동의 목적으로 건강을 꼽은 것과는 달리, 베이비부머는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안정과 휴식, 즐거움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실제로 베이비부머들의 스트레스는 15세 이상 인구의 평균 스트레스보다 높은 수치로 나왔다. 전반적인 생활에서 15세 이상 인구의 스트레스는 60.4%인 반면, 베이비부머들은 65.2%였다. 가정생활에서도 15세 이상 인구는 47.1%, 베이비부머 52.2%, 직장생활 15세 이상 인구 77.8%, 베이비부머 78.9%로 조사됐다.

베이비부머들의 여가활동을 살펴보면, 1순위가 TV시청(60.0%)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낮잠(4.6%), 신문·잡지 보기(4.2%), 등산(3.0%), 산책(2.7%) 등으로 나타나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여기시설과 여가프로그램을 다양화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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