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회도 어지럽고 경제도 어렵고, 주변국에서는 사스공포에다 북핵 위협 등등 나같이 사회 돌아가는 것에 어두운 의사도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또 왠 비리는 그리 많은지 파헤치면 깨끗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최근에는 지난 정권때 북한에 정상회담 대가로 돈을 주었다해서 조사한다고 난리다. 세상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비밀이 많은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자기들만의 비밀을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는 숨기고 이러고 사는가 보다.

 이렇게 비밀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제각각 비밀을 몇사람만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다보니 갈등이 생기고, 비리가 싹트고, 오래되면 썩는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의료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비밀이 많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가 없다. 환자가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진단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치료 또한 마찬가지다. "병은 소문을 내라"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알게되면 그 중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생기고 어디에 가면 병을 고칠 수 있는지, 어떻게 되는지 등등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실제로 병은 소문을 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새는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고 정보교류가 빨라져서 세상에 점점 비밀이 없어져 가는 것 같다.

 필자가 환자들을 일선에서 대하다 보면 왠 비밀이 이렇게나 많은지 놀랄 때가 많다. 불임환자들은 자신들이 아이가 없다는 것이 무슨 돌림병이라도 되는양 쉬쉬하고 부끄러워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비밀이다. 그러다보니 치료도 불임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하고 치료받으면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임신도 빨리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가 잘한다드라, 어디가서 빌면 된다드라, 굿을 하면 된다는 등 비정상적인 치료를 받고 돈은 돈대로 다 날리고 만다. 그래도 안되니까 ‘나는 임신을 할 수 없다’하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환자분은 친정 어머니와 함께 좋다는 한약은 다 드시고 용하다는 점쟁이 다 찾아다녀도 임신이 안되어서 병원에 왔는데 검사를 해보니 배란장애가 문제였다. 배란을 유도하는 약제를 먹고 그달에 바로 임신이 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환자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오늘날의 의학은, 특히 불임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누구나 임신을 할 수가 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절대적인 불임’은 극히 드문 것이 오늘날의 불임치료 기술이다. 예를 들면 무정자증의 경우 사정액에서 정자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 경우인데 이경우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시험관 아기 시술조차 할 수 없는 절대적 불임이었지만 지금은 고환조직에서 정자를 찾아내어 미세수정(ICSI)을 한다면 임신을 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병원에서 체계적인 치료를 한다면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져 있다.

 아기가 없는 것을 떠들고 다니면서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떳떳하게 감기처럼 생각할 수는 없을까?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은 비밀을 만들지 말고, 비밀이 있으면 털어버리고, 환자들은 드러내놓고 병을 공개적으로 치료할 생각을 해야 사회도 밝아지고 자신들 개개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세상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데 비밀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점점 살기가 힘들어 질 것 같다. 요즈음 같은 밝은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는가? 정치인이든 불임환자든 비밀이 있으면 다 털어버리고 밝은 세상에 당당하게 살자. 그래야 우리 사는 사회도 밝아지고 자신도 떳떳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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