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요즘의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다. 한번 놀란 우리경제의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채 1년째 조그만 일에도 놀라기를 반복하고 있다.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8개월째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고, 소비심리는 얼어붙어 백화점과 대형 유통점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깊어진 내수판매 부진을 회복시키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사장까지 일선영업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건축허가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런 지역경제에 그동안의 여러 악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악재가 폭풍전야 처럼 다가오고 있다. 다름아닌 노동계의 "하투"다.

 연례적으로 치르는 홍역이지만 올해 하투가 여느해 보다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지칠대로 지친 지역경제가 체력소진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해서다. 이라크전에서 북핵문제로, 다시 사스파동으로, 이제는 "하투"로 숨쉴 틈 없이 이어지는 불안의 틈바구니 속에서 특히 서민경제의 주름살은 계속 늘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노동의 본산이라 할 만큼 투쟁규모나 강도가 다른 도시를 능가한다. 올해는 특히 주5일제 근무 등 각종 노동관계법이 동시에 걸려 있어 임·단협과 함께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

 울산에서는 그동안 격렬한 노동투쟁이 벌어졌을 때마다 소상인들은 상가를 철시하거나 개점휴업 사태를 맞았다. 파업에 돌입한 근로자와 가족들이 아예 돈을 쓰지 않고, 덩달아 시민들의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하투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서민경제는 잔뜩 겁을 먹고 움츠려 있다. 경제를 움직이는 생명체로 본다면 이제 더 이상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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