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노후준비 안돼있는 베이비붐 세대 ② 빈손은퇴, 노후 생활비도 w

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 40.6% “경제적 안정·여유”
전문가 “은퇴자 ⅓은 예상 생활비 확보 어려울 듯”
소득 하위 20%는 최저생계비 지출도 힘겨운 수준
울산, 고소득 근로자 많아 퇴직금 이용률 5% ‘두배’
현대重 노조, 퇴직자 지원제도 프로그램 개발 추진

베이비붐 세대인 A(52)씨는 은퇴를 하고 자녀들을 결혼시킨 뒤,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집을 축소시켜 작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뾰족한 노후준비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전체 자산은 3억3775만원이지만, 부동산은 70% 이상인 2억5785만원이다. 적립식 저축 3160만원과 목돈투자 1722만원, 예치식 저축 1223만원, 주식 495만원 등을 합하면 총 저축액이 7000만원을 겨우 넘는다.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는 큰 아들과 작은 딸의 등록금과 결혼자금까지 생각하면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다.

연금과 예금, 재취업 등으로 생활자금을 융통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A씨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 전체 3027명의 베이비부머 중 40.6%가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제적 안정과 여유’를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의 약 3분의 1은 자신이 예상하는 노후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4년)가 은퇴를 시작한 시기인 지난 2007년부터 미국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침체기를 겪는 것을 봤다”며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본다.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은퇴전 자산축적 적어…노후생활비 확보못해

전체 3027명의 베이비부머 중 40.6%가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경제적 안정과 여유’를 꼽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베이비부머의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이 건강(45.1%)과 경제적 안정(40.6%)을 비중있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안정 다음으로 꼽은 자녀의 성공(6.3%)이나 가족의 화목·평안(4.6%), 소득활동(2.1%)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의 약 3분의 1은 자신이 예상하는 노후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퇴 전 자산축적규모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의 금융자산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인점을 감안할 때(표1 참조), 별도의 근로소득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은퇴이후의 소비지출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득 하위 20%는 최저생계비를 지출하기에도 빠듯해 노후를 위한 대비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5분위 중 소득 120만원 이하의 1분위는 총자산 5851만원(주택자산 2704만원, 총저축 1766만원 등), 총부채 1293만원이었다. 저소득층 뿐만아니라 무주택자와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여성가구주 역시 마찬가지다.(표2 참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상호 위원은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보유 현황과 시사점’에서 “향후 은퇴자 비중 증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저소득계층 외에도 보유 자산이 적은 최하위 자산계층 및 비자발적 은퇴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한 고령자들이 근로를 통한 소득확보가 가능하도록 임금제도의 개선과 사적저축의 유인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산 퇴직금으로 노후준비 전국 2배

지난해 실시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베이비붐 세대 실태조사에서 전체 2250명 중 63.8%가 ‘퇴직금’이 없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은 빈손으로 은퇴하는 셈이다. 본인만 있다고 한 응답은 14.4%, 배우자만 있음 14.9%, 본인과 배우자 모두 있음은 6.9%였다.

울산은 고소득 근로자가 많은 도시적 특성상 퇴직금을 이용해 노후준비를 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2배나 높았다. 지난해 동남지방통계청의 사회조사를 살펴보면 울산의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52.3%, 예금 18.8%, 부동산 7.1%, 퇴직금 4.9%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퇴직금은 전국 평균인 2.5%를 훨씬 웃돌았다.

한꺼번에 몇 억원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를 시도해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지난달 15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이고 10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불법 유사수신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피해자 가운데 80~90%가 동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동구의 대기업 퇴직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노리고 이같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맞춤형 노후설계 서비스 필요해

경제적 여유와 시간·관심·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설계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가 필요로하는 노후설계 서비스로는 정보제공 및 연계서비스 76.2%, 노후설계 교육 69.2%, 전문가 상담 및 서비스 61.1%, 맞춤형 관리 서비스 59.4%로 조사됐다. 모두 과반수 이상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수정 위원은 “노후재무, 경력, 건강, 여가, 생활 등을 연계한 지원체계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노후설계는 서비스를 받은 개인에게만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을 비롯해 넓게는 사회구성원들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와 함께 퇴직지원제도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퇴직지원제도 프로그램에는 정년퇴직 후 경제활동과 여가생활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해주고, 줄어든 소득에 따라 알맞게 생활할 수 있는 소비패턴방향을 제시해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퇴직예정자들의 욕구조사를 통해 퇴직자들이 어떤 지원을 바라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및 부채보유 현황 통계청 제공
구분 이전세대 베이비부머 이후세대
부동산자산 2억5912만원 2억5785만원 1억3798만원
저축총액 4262만원 7042만원 6491만원
기타자산 523만원 948만원 902만원
총자산 3억697만원 3억3775만원 2억1191만원
부채총액 3506만원 5761만원 4214만원

■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상태별 자산현황 통계청 제공
구분 상용직 임시·일용직 자영업 무급 및 기타
연간소득 5661만원 2636만원 5394만원 4114만원
부동산자산 2억7305만원 8182만원 3억5026만원 1억8535만원
저축총액 8987만원 2994만원 7357만원 4710만원
기타자산 1050만원 331만원 1243만원 717만원
총자산 3억7344만원 1억1508만원 4억3627만원 2억3963만원
부채총액 5153만원 2046만원 8827만원 433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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