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통해 겸손을 배웠다" 지휘자 정명훈의 말이다.

 정말로 훌륭한 지휘자, 훌륭한 연주가다운 말이다. 사람은 자신을 바다처럼 낮출 때 바다처럼 빛나 보인다. 또한 성숙한 사람으로 존경받는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겸손하지 못해 실수 할 때가 많다. 자신을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 못난 자만심 때문이다.

 특히 음악 경연대회의 경우 내 자식이 다른 사람보다 가장 피아노를 잘 친 것 같고, 우리 합창단이 다른 합창단 보다 소리가 제일 좋은 것 같고". 그래서 심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얼마 전 우리 나라가 자랑하고 있는 피아노 꿈나무 임동혁(18세)군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뒤 불공정 심사를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여 파문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임군의 ‘퀸 엘리자베스 상’ 수상 거부를 두고 "콩쿠르의 정치성에 맞선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격려도 있고, 한편에선 "경솔했다" "심사결과가 불행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음악도가 취할 태도"라고 충고하는 견해도 있다.

 선배들의 충고 이야기 중에 91년 이 콩쿠르에서 4위 입상을 한 피아니스트 백혜선씨의 얘기가 인상적이다.

 ""입상하면 감사해라, 입상 못하면 빨리 잊어 버려라’가 콩쿠르 참가자들이 외우는 철칙이예요. 음악에 어떻게 등수를 매깁니까, 그런 의미에서 콩쿠르란 정치적입니다"

 생각 해보면 백 교수의 말이 현실적이고, 또한 예술가의 겸손 같아서 가슴에 와 닿는다. 입상하면 감사하고 입상 못하면 빨리 잊고 다음 기회로 재도전 해보는 마음가짐, 이런 생각과 마음가짐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음악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좌우명처럼 간직 해야 될 말이다.

 피를 말리는 자기와의 싸움, 이것이 연주가들의 숙명이다. 이번에 어린 나이의 임군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개인에게는 크나큰 영광인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 상을 거부했을까. 생각하면 동정도 가고, 그 결단 자체만으로도 당당하고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임군에게는 "수상 거부자"라는 곱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 다닐 것이고, 이것이 피아노 신동의 앞으로의 연주 인생에 어떤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련도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하루속히 불운의 충격에서 벗어나 더 훌륭하고 더 성숙한 신동 피아니스트로서의 기량을 앞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 노래는, 아름다움 그 자체로써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된다. 아름다운 노래는 우리들의 삶에 사는 맛을 주고, 지친 일상에 멋진 색깔을 부여해 준다. 우리가 훌륭한 피아니스트, 멋진 연주가들을 존경하는 이유도 그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분들이고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감동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타계한 내가 좋아하는 조병화 시인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살아라. 남을 모방하지 말고 살아라. 남과 경쟁하지 말고 살아라”

 현실적으로 실천하기가 힘든 말도 있지만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며 살다 간 조병화 시인다운 말이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군은 10대에 이미 세계적 레코드사인 EMI 레이불로 데뷔 CD를 낸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대주다. 그가 하루 빨리 불운의 상처를 극복하고 더

성숙한 연주가로 당당히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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