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노후준비 안돼있는 베이비붐 세대 ③ 부족한 여가생활

▲ 울산 동구청의 흥부놀부 놀이선생님 양성과정에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동구청은 중고령 퇴직자 활동지원과 자원활동가 양성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동구청 제공
중소기업에 다니는 있는 박모(51)씨는 한 달에 400만원을 번다. 재산은 3억원 정도 된다. 연금예상액은 국민연금 110만원과 퇴직연금 90만원을 합쳐 총 200만원 정도다. 노후를 대비한 경제력은 양호한 수준이다. 매일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한 번은 술을 마시지만, 앓고 있는 질병은 없다. 건강한 편이다.

그러나 박씨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는 거의 없다. 일을 하지 않는 휴일이나 여가시간에는 TV를 보거나 낮잠을 잔다. 취미생활에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다. 때때로 동료들과 등산을 하기도 하지만, 일년에 2~3번 정도다.

노후준비 진단결과, 박씨는 ‘여가활동’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소득과 자산, 건강에 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삶의 질을 좌우하는 여가생활과 사회적관계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소득문제에만 관심 집중
여가활동·사회적 관계는 ‘부실’
여성보다 남성일수록 더 심해
시, 내달부터 평생교육진흥원 운영
동구청도 평생교육 활동가 양성

◇돈·건강에만 관심…여가생활 준비는 부실

베이비붐 전·후 세대의 노후준비는 ‘건강’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베이비붐 전·후 세대의 노후준비지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영역은 건강한 생활습관이었다.

노후준비지표는 국민 스스로가 노후준비 수준을 자가점검할 수 있는 지표로 소득과 자산, 건강한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여가활동 등 4대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베이비붐 전·후 세대의 세부적인 점수를 살펴보면,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은 72.6점, 소득과 자산 68.6점, 여가활동 59.9점, 사회적 관계 54.9점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건강과 소득보다 여가생활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울산 동구청에서 진행하는 ‘흥부놀부 놀이선생님 양성과정’. 울산 동구청 제공

하지만, 은퇴 후 베이비부머가 무엇을 하며 여생을 보내느냐에 대한 논의는 건강과 소득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희망노후생활로 취미생활을 1순위로 꼽고 있어 여가생활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수진 연구위원은 ‘베이비붐세대 은퇴에 따른 여기소비문화 활성화 방안’에서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가 남은 생애의 관건”이라며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로 인한 시간적 여유와 노후를 즐기려는 심리로 여가, 문화활동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문화예술콘텐츠, 여가 및 관광업계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국민연금공단과 민간 보험회사 등과 함께 노후준비지표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지표가 만들어지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노후준비 수준을 점검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과 교육 서비스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 베이비부머 여가활동, 전국평균보다 낮아

울산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여가활동 참여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화연구패널에서 전국의 연평균 여행·관광·나들이 횟수는 1.32회였지만, 울산은 1.05회였다. 영화와 공연, 음악회, 전시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횟수도 전국 연평균 0.69회, 울산은 0.48회로 나타났다.

자원봉사시간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컸다. 전국의 월 평균 자원봉사시간은 0.79시간이었지만, 울산은 0.10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고령자의 문화활동은 20대와 30대에 비해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0대의 연간 예술행사 관람률(문화향수실태조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06년 47.3%, 2008년 46.1%, 2010년 51.3%로 다소 늘긴 했지만, 20대에 비해 턱 없이 낮았다. 20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예술행사 관람률이 각각 91.4%, 93.0%, 92.6%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측은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가활동 참여에 있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특히 정년퇴직 후 급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 허탈감과 고독감을 느낀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각 기관 및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사전 여가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해 퇴직 후 인생설계의 큰 틀에서 문화활동 참여를 통해 여가시간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평생교육진흥원’ 운영 시작

오는 7월1일부터 울산에서도 처음으로 ‘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된다.

울산발전연구원 내에 마련된 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7월1일부터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자녀양육에서 벗어난 베이비부머 중·장년(40~50대)을 대상으로 평생학습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울산시는 평생교육진흥원의 운영으로 베이비부머들의 여가문화 조성과 경제적 자립역량 강화, 생애재설계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산시 기획관리실 관계자는 “7월부터 12월까지 이론강의와 현장체험, 실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 중장년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발굴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동구청에서도 중·고령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놀이선생님으로 활동할 평생교육 자원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흥부(夫)놀부(婦) 놀이선생님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인원은 15명이다.

양성과정을 마친 고령자들은 작은도서관과 유치원, 학교,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아동의 놀이선생님과 방과후 교실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된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역 내 중·고령 퇴직자들의 사회활동 지원과 세대간 소통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