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노후준비 안돼있는 베이비붐 세대 ④ 재취업 활성화돼야

▲ 시니어계층 재취업 교육훈련 특수용접, CNC 공작기계 입교식이 25일 한국폴리텍 울산캠퍼스에서 열렸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지난 21일 오전. 한국폴리텍대학Ⅶ대학 울산캠퍼스에 40~6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울산시가 지원하는 시니어계층 재취업교육생을 모집하는 데 ‘면접’을 보러 온 이들이다. 특수용접과 CNC공작기계 등 2개의 과정을 수강하려는 사람들로 2층 세미나실을 북적였다. 각 15명씩 총 30명을 뽑는 자리에 52명이 참여했다.

공조설비쪽에서 25년 동안 일을 하다 지난해 퇴직한 A(56)씨는 “밤 12시까지 취업사이트를 기웃거리며 30군데가 넘는 회사에 원서를 쓰며 생활했다”며 “일을 할 만한 곳은 전부 45세 미만의 나이제한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번에 교육생 모집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퇴직금으로 1억을 받았지만, 자녀들의 결혼자금과 대학등록금을 맞추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25년동안 매일 일을 하다가 하루 아침에 퇴직했기 때문에 집에서 일주일만 놀아도 온 몸에 좀이 쑤신다”며 “건강한 퇴직자들에겐 일을 하는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퇴직과 동시에 숙련된 기술자들이 무용지물 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는 A씨와 같이 퇴직을 하고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서부터 기술을 배우고 싶은 60대, 경력단절여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 청소·경비직 대부분
나이 많을수록 단순노무직 많아져
노동력 부족·고령자 부양 문제 초래
유럽도 연령차별 철폐 등 개선 추세

■ 연계 프로그램 많아져야
한국폴리텍대학Ⅶ대학 울산캠퍼스
시니어층 재취업 교육 ‘큰 호응’
CNC공장기계 직종 취업률 100%

◇재취업 어려워, 단순노무직 벗어나고파

지난 2010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표 참조)으로 나타났다. 26세에서 35세가 7.5%인 것에 반해 베이비붐 세대인 46세~55세는 9.6%, 퇴직을 하고 난 뒤인 56세 이상은 22.6%로 조사됐다. 특히 단순노무직 중에서는 청소와 경비 관련직이 많았다.

시니어계층 재취업교육생에 지원한 서모(62·남구 신정동)씨는 “나이가 많아도 건강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하다”며 “퇴직한 뒤, 사업에도 실패하고 여러 군데 일을 하러 돌아다녔다. 자신만의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용접을 배우러 왔다”고 밝혔다.

이는 남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면접을 본 김모(여·44·동구 남목동)씨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허드렛일 밖에 없다”며 “남편은 용접기술이 어려워서 못할거라고 말렸지만, 취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실태조사에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 과정이 겹치면서 중고령자들의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한 지위와 이탈은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공급 부족과 고령자 부양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유럽 등에서는 고령자 고용을 높이기 위해 연령차별을 철폐하고 고용주 및 사업장의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관행을 바꾸도록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령 퇴직자 취업률 47.1%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Ⅶ대학 울산캠퍼스의 시니어계층 재취업 교육 취업률은 47.1%였다. 특히 CNC공작기계 직종에서는 교육을 받은 전원이 합격해 100%의 취업률을 보였다.

시니어과정 사업책임자 박재정 교수는 “울산지역의 중소기업체를 중심으로 구인관련 수요가 많은 직종에 대한 중·고령 퇴직자 대상 재취업 훈련과정을 개설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베이비붐 세대의 구직난을 일정부분 해결함과 동시에 고령화 관련 공적재정 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올해는 특수용접과 CNC공작기계 등 2개 직종에 각 15명씩 총 30명을 뽑아 교육을 실시한다. 25일 개강식을 시작으로 2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총 360시간의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생에게는 월 45만원의 교육수당과 교육비 전액무료, 중식제공, 훈련수료자 전원 취업 알선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교육생을 취업한 업체에게는 2개월 동안 채용장려금도 지급된다.

박 교수는 “아직 울산에서 중·고령자를 위한 재취업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부족한 실정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취업교육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전국 최초 중·장년 직업훈련 노후설계프로그램 연계 가능"

한국폴리텍대학Ⅶ대학 울산캠퍼스 박광일(58) 학장은 자신도 베이비붐(1955~1963년)세대라고 했다. 그렇기에 중·고령 계층을 잘 이해할 수 있고, 퇴직과 은퇴 후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 박광일 한국폴리텍대학Ⅶ대학 울산캠퍼스 학장이 시니어 계층을 위한 재취업교육 훈련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지난 21일 만난 박 학장은 “폴리텍대학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가 취약계층을 위한 직업훈련”이라면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시니어계층 재취업 교육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울산캠퍼스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울산시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시니어계층 재취업 교육은 만 40세 이상 65세 이하 퇴직자와 실직자,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특수용접과 CNC공작기계 과정에 30명을 모집해 2개월 동안 360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

박 학장은 “폴리텍대학은 취업알선과 기술력양성, 재교육을 하는데도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시니어계층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재취업 교육은 용접과 CNC 외에도 기계, 전기, 정보통신 등 다양한 직종으로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는 “올해 여건상 예산이 줄어들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울산시와 협의해서 재취업 교육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중·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인생설계’는 앞으로 폴리텍대학이 추진해야 할 하나의 과제다.

박 학장은 “매년 7000명이 듣는 기존의 재직자 직무향상교육에 노후설계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연계할 수도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남성 연령대별 취업자의 직업분포 2010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구분 26세~35세 46세~55세 56세 이상
전문기술행정관리자 27.6% 20.0% 12.2%
사무종사자 21% 11.5% 4.1%
서비스판매종사자 17% 14.4% 12.6%
농림어업숙련종사자 1.0% 5.0% 22.8%
기능/기계조작/조립종사자 25.9% 39.4% 25.7%
단순노무자 7.5% 9.6%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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