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폭풍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250만가구 이상이 아직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주말인 30일과 휴일인 1일에도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져 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허리케인급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오하이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州)의 반경 500마일(800㎞) 일대 지역은 막대한 피해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피해가 큰 오하이오에서 연방비상재난관리청(FEMA)이 모든 재난 구조 작업을 총지휘하라고 권한을 공식 부여했다.
 삽시간에 일대를 휩쓸고 간 폭풍우도 열기를 식혀주진 못해 이번 폭풍으로 큰 타격을 입은 몇몇 북동부 지역을 비롯해 일부 남부 도시는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의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풍이 먼 거리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드레초(derecho)’의 한 형태로, 미국 중서부에서 시작돼 애팔래치아산맥을 넘으면서 동남부에서 유입된 고기압과 합처져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측정한 낮 최고 기온은 화씨 104도(섭씨 40도)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였다.
 체감온도는 화씨 112도(섭씨 44.4도)에 달했다.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사흘간의 경고 기간을 주는 ’예절 바른 허리케인‘과는 달리 이번 폭풍우는 아무런 예고 없이 허리케인과 같은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워싱턴DC를 비롯한 버지니아·메릴랜드 인근 지역은 휴일인 1일 낮 최고 기온이 화씨 100도 안팎을 보였다.
 민간 기후정보 제공업체인 애큐웨더닷컴은 “세인트루이스, 미주리에서 워싱턴DC에 이르기까지 며칠 내로 낮 최고기온 기록이 또 깨질 수 있고, 심각한 폭풍우와 치명적인 강풍도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달 30일 애틀랜타의 수은주도 화씨 106도(섭씨 41도)로 이 지역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으며 1일에는 이보다 약간 떨어졌다.
 다른 지역도 찌는 듯한 더위는 마찬가지였다.
 덴버는 6월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7.6도 높은 화씨 75도로 사상 최고를 보였다.
 6월22~26일 닷새 연속 100도 이상을 기록하는 등 최고 온도가 90도를 넘는 날이 17일이었다.
 남부 도시를 덮은 습기 찬 공기층 탓에 환경 당국은 ‘코드 퍼플’(code purple)을 선언했다.
 이는 환경보호청(EPA)의 측정 상태에 따라 공기의 질이 ‘매우 건강에 좋지 않은(very unhealthy)’ 수준이라는 의미다.
 국립기상청은 폭염주의보가 남동부 지역과 미시시피 계곡 이남의 절반 이상 지역에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남부 3분의 1 이상 지역이 화씨를 기준으로 세자릿수 기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이런 극도의 기상 상황에서 노약자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력 당국은 가정, 사업체 등에 전기 공급을 재개하려고 밤을 새우면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전됐던 370만 가구 중 250만 가구는 원상회복에 1주일까지도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존 카시치 오하이오 주지사는 “전력을 완전히 복구하는데 1주일이 소요될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메릴랜드의 전력망 피해는 재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가마솥더위 속에서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작동하지 않아 냉방, 취사를 하지 못하고 인터넷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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