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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특집
[도시의 공향]반농반어 마을 경관개선 후 관광객 발길 줄이어11. 주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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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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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맞는 해녀들
일제시대 제주도에서 대거 이주
천한 직업 멸시받으며 물질하기도
회원 대부분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
내년부터 체험프로그램 시범운영

■ 마을 특산물은
난·한류 교차지점서 자라는 돌미역
국 끓이면 시원하고 달큰한 맛 일품
앞바다 이득등대 주변엔 어장 형성
우럭·농어·볼락에 기울이면 삼치 풍어

몽돌밭 위로 거친 파도가 일었다. 해안도로를 기준으로 산지쪽은 농업, 해안쪽은 어업이 이뤄지고 있는 ‘반농반어’의 옛 정취가 살아숨쉬고 있었다. 주전(朱田)은 주전사거리에서부터 상마을(상리), 중마을(중리), 아랫마을(하리), 번덕마을, 새마을(신리) 등 5개 자연마을로 구성돼있다. 동구 유일의 어촌마을인 주전마을의 주전항은 방파제 경관개선사업으로 동해안의 이색 명소로 자리잡았다.



◇11개의 위패를 모신 마을 제당

마을의 가장 한 가운데에는 경로당이 있다. 경로당 2층에는 마을제당이 있다. 동수(마을의 어른나무)를 포함해 모두 11개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이 위패를 경로당에 모신이유가 있다.

   
▲ 주전방파제에서 새마을 쪽으로 바라본 주전마을의 모습.

옛 주전마을에는 자연마을마다 곳곳에 제당이 있었다. 지난 2005년 경로당이 새로 지어지면서 주전노인회 이보영(82) 회장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제당을 하나로 합병했다.

“제당마다 매년 제사를 모시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지. 그러다가 일부 부락의 제당은 허물어지고, 신주가 외부로 나갔다는 말도 들렸어. 그래서 내가 건의를 한거지. 1974년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오면서 마을 어장을 보상받을 때 자체 자금으로 마을 제당을 합치려고 했는데, 마을 어른들이 노했지. 하지만 우리 세대를 보면 하나로 합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어. 그런 마당에 2005년도에 경로당을 신축하면서 제당을 지었어. 제당에 11개의 위패를 모신 마을은 우리 마을 밖에 없을 것이야.”

제당을 합병할 당시 무속인들이 2박3일에 걸쳐 굿을 했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제사도 이제는 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돼 주민들은 제사로부터 해방됐다.
   

지금도 이 마을에서는 1년에 한번씩 음력 정월 보름에 제당에서 제를 올린다. 음식을 차리는데 공간이 비좁을 정도다. 경로당에 행사가 있으면 행사 전에 먼저 와서 술을 붓기도 한다.

마을 제당을 보여주던 이보영 회장이 기자의 안녕을 빌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늘 경상일보에서 기자가 취재를 왔습니다. 건강하고 사업 잘 되게 해주세요.”

지금도 마을 곳곳의 당산나무에는 제당터라고 표시된 조형물이 설치돼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 장길이 주전직선화도로로

지금 주전 직선화도로는 주전사람들이 울산장으로 가는 장터길이었다. 주전사람들은 남목재라 불렀고, 남목사람들은 주전재라고 불렀다.

“울산장까지 왕복 80리였는데, 첫 닭이 울면 길을 나섰다. 곰피를 넣어 만든 주먹밥을 싸서 장으로 해산물을 팔러갔었지. 밤에 가서 밤에 오는 택인데, 무서우니까 몇명이서 어불러서 갔어. 그 때 여자들끼리 재를 넘어가면서 무서우니까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는데, 남목 사람들이 우리보고 ‘주밭년들 장에 간다’고 욕을 하기도 했지. 새벽에 시끄럽게 군다고 말이야.”

마을 노인 정갑선(86)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길이 머니까 주먹밥으로는 안됐지. 염포를 통해 질러다녔어. 배가 고파서 내앙뜰에서 무시(무)를 뽑아 묵다가 일본사람들한테 들키기도 했지. 일본사람들은 뽑은 무시를 ‘다시 박아’ ‘고라(땅을 고르라)’라고 하면서 소리질렀지. 무서워서 냅다 도망도 다녔어.”

주전동 나잠회 장순자(66) 회장은 “울산장에 6시가 안돼서 도착을 해야 미역을 팔 수 있었어. 주전은 해물은 흔해도 돼지고기 한 점 묵기 어려울 정도로, 해물 이외에는 모든 것이 귀한 마을이었다 아이가”라며 웃었다.

이 마을에는 아직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왜정때 제주도 해녀들이 이곳으로 건너왔다. ‘선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제주 해녀를 모집해 와서 마을에 살게 하면서 해산물을 채집하면서 육지 사람들이 해녀일을 배웠다.

오는 9일 울산시 나잠회 총회장에 취임하는 김춘순(58)씨는 “해녀가 천한 직업이라고 해서 멸시를 많이 당했어. 세월이 좋아지다 보니까 이제는 대우가 좀 나아졌지마는. 지금은 해녀들이 고령화가 돼서 소멸되는 과정이라. 주전 나잠회원 47명 중에 3분의2가 70대다. 젊은 사람은 횟집 운영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해녀일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보 어촌계장은 “주전마을은 내년부터 해녀체험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가족이나 직장단위로 예약을 받아 잠수복을 입고 해녀들과 소라, 성게를 잡으러 가는 어촌마을체험 프로그램인데, 주전의 이색사업이 될 끼다”고 덧붙였다.

음력 9월9일이 되면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주민들이 있다.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죽은 날짜를 모르는 경우나, 전투에 참가해 유골을 찾지 못하는 가족들이 기일로 삼아서 제사를 올리고 있다.



◇새로운 동해안 이색명소

주전항 북방파제 벽면에는 5m 높이의 해녀반신상이 있다.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막 채취하고 나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옆으로는 주민들이 돌미역을 말리는 모습과 주전마을 앞바다의 바위를 부조로 만들었고, 벤치형 포토존도 설치됐다.

붉은색 탑모양 등대와 어울리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의 페인트가 칠해진 테트라포트도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주전마을 경관형성사업은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의 해안권 미관 마을개선 시범사업 대상지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마을 보호수 정비, 광장조성, 지붕색채 개선사업 등으로 마을이 밝아졌고, 활어회센터에는 관광객들이 싱싱한 활어를 사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주전 특산물 중 최고는 돌미역이다. 3~5월이 수확기인데, 2㎏짜리 말린 게 15만원, 600m 짜리가 5만원이다. 가격이 비싼 탓에 마니아들이 주로 찾고 있다.

강원보 어촌계장은 “주전 돌미역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기 때문에 달고 맛있는 것이 특징이다. 씹으면 오돌오돌하고 국물은 시원하고, 국을 끓여도 미역이 풀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곳 미역을 끓이고 또 끓여서 먹는다. 한번 끓이면 미역이 살아서 도망갈 정도다. 차례상과 제사상에도 미역국이 빠지지 않는다.

마을 앞 바다에 있는 이득등대 주위로는 우럭, 농어, 볼락 등의 고기가 많이 잡혀서 낚싯배들이 둥둥 떠있었다. 9~10월이 되면 삼치를 낚으려는 낚시배 40~50척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보영 노인회장은 “이득등대 주변으로는 큰 소 한마리가 누운 것처럼 암초가 형성돼 있는데, 등대가 세워지기 전에는 3년 마다 한번씩 틀림없이 사고가 나기도 했다. 큰 배가 암초에 부딪혀 걸려있으면 마을에서 조그만 배가 나가서 시멘트도 주워오고, 비누도 주워오고, 비료도 주워오곤 했다”고 회상했다.



"마을 명물인 몽돌, 무단반출 않았으면"
이보영 주전노인회 회장
종패 뿌리는 전복 양식법 도입해
5공 시절 새마을운동 협동장 받아
6·25 참전유공자 공훈비 건립 주도

주전마을 이보영 노인회장은 1974년부터 1987년까지 어촌계장을 지낸 이 마을의 산 역사다.

 

   
▲ 주전마을 노인회 이보영 회장이 마을의 옛 모습이 담긴 책자를 보며 웃음짓고 있다.

주전마을에서 미역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전복인데, 이 회장이 종패를 뿌려서 전복을 채취하는 방법을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했다. 전복을 일정 크기로 키워서 바다에 뿌리면 전복이 알아서 크는 식이다. 1만마리를 뿌리면 4000마리가 살아남는다.

이 회장은 이 사업으로 전두환 대통령시절 새마을운동 협동장을 받았다.

색 바랜 수첩에는 빼곡하게 구체적인 날짜까지 그의 경력이 적혀있다. 오랜 세월 이 마을의 일을 돌봤던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때 묻은 수첩 속에 역사로 남아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1950년 9월28일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입대했다.

“나이가 적고 많고 상관이 없었지. 부락에서 경찰관들이 오라고 하니 적극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어. 경북 영천 전투에 참가했는데, 1955년 일등중사(하사)로 만기 제대했지.”

지난 2010년 6월25일 그는 마을 경로당 앞에 6·25 참전 국가유공자 공훈비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마을에서 6·25에 참전한 용사 63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6·25 참전용사 중 전사자가 12명, 서훈자가 5명이다. 지금 생존자는 15명 정도인데, 마을에는 3명 정도가 살고 있다. 그 때만 생각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천당에 살고 있는 거지. 절약성도 없고, 물질만능주의다. 나라에서 전기절약 하라는데, 전신만신 도로변에 불 켜 놓고, 이래서는 안된다.”

이 회장은 마을의 명물인 몽돌에 대해서도 관광객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여름철이 되면 몽돌위에 텐트를 치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 이 몽돌은 1950년 이전에는 깨끗한 돌을 골라 일본으로 수출까지 한 질 좋은 돌이야. 그런데 관광객들이 텐트를 쳐놓고 몽돌을 많이 주워간다. 주워가지 말라고 하면 관광객들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실정이다. 아마 1년에 몇t쯤은 몽돌이 밖으로 빠져나갈 게야. 제발 몽돌은 마을에 그대로 남겨두고 아름다운 자연만 즐기고 갔으면 좋것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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