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2)가 아랍 에미리트의 클럽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축구 클럽 알 와슬은 10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마라도나 감독과 코치진의 해임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성적이 부진했던 것이 이유였다.
 마라도나의 계약 기간은 1년 반 정도 남아 있었다.
 마라도나가 지난해 5월 두바이의 클럽 알 와슬에 부임할 때만 해도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쏠린 그가 ‘축구 변방’에 속하는 아랍에미리트의 클럽 감독직을 맡으면서 아랍에미리트 축구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서다.
 하지만 그의 지도를 받은 알 와슬은 정규리그에서 12팀 중 8위로 처졌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이나 다른 트로피를 쥐지 못했다.
 아랍권 프로 축구팀이 참여하는 GCC(걸프클럽컵) 챔피언스 리그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을 놓쳤다.
 이것이 팬과 이사회의 신뢰를 잃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알 와슬은 카타르의 알 무하라크와 치른 결승 1차전에서 3-1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1-3으로 누적 동점을 허용하고 승부차기에서 4-5로 졌다.
 결승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만 해도 마라도나가 첫 번째 우승컵을 팀에 안길 것이라고 기대했던 팬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 여파로 지난해 마라도나 영입을 주도했던 이사진이 사퇴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난 직후 바로 알 와슬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감독 시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볼리비아를 상대로 1-6으로 진 적이 있었고 2010년 월드컵 8강에서는 독일에 0-4로 깨지는 등 지도자로서는 성적이 부진했다.
 팀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아랍에미리트에서 마라도나는 유별난 행동으로 항상 주목을 받았다.
 팬의 손을 발로 찬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그는 알 와슬 부임 후 첫 승리를 챙긴 뒤 관중석 근처로 기념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다.
 손자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한 마라도나는 현수막 뒤편에서 손자의 이름을 가리는 손이 자꾸 올라오자 그 손을 발로 차버렸다.
 같은 리그에 소속된 알 아인과의 경기에서 진 뒤에는 상대방 감독의 골 세리머니를 두고 “무례하다”고 지적했다가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
 알 아인과의 다음 경기 때는 악수를 내민 상대방 감독의 손을 일부러 외면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기에서는 관중석에 앉아 본인의 여자 친구를 비난하는 팬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마라도나의 기행은 계속됐다.
 경기가 있는 날 외에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기 일쑤였다.
 그는 집 근처를 서성거리던 기자를 향해 공기총을 발사했다가 교도소에 갈 뻔한 적도 있었다.
 시즌 중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마라도나는 구단 측에 새 선수를 데려오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시즌이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패배만 쌓이는 상황에서도 마라도나는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결국 감독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된 마라도나는 휴가를 떠나 두바이에 머물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