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영 소상공인진흥원 울산센터 상담사
창업을 한 뒤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시설과 마케팅에 있다. 시설 투자는 비용 지출이 따르지만 마케팅은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업종에 따라서 특정 일자에 매출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문구점과 꽃집은 졸업식·입학식 시즌이 대목이고, 제과점과 아이스크림점은 크리스마스가 대목이며, 떡집은 추석이나 설날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제 이런 현상은 특정 업체의 상술을 넘어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요즘은 그야말로 ‘Day’의 천국이다. 11월11일 빼빼로 데이,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1월14일 다이어리데이, 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자장면을 먹는다는 4월14일 블랙데이, 카레를 먹는 옐로우데이, 장미를 선물하는 로즈데이로 불리는 5월14일, 연인들을 위한 키스데이인 6월14일, 은제품을 선물하고 선배나 상사에게 애인을 공개하는 7월14일 실버데이 등도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린데이·뮤직데이·와인데이 등 기억하기도 벅찰 정도의 ‘데이(Day)’들이 있다. 대부분의 ‘Day 마케팅’이 연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만들어졌다면, 국내 생산 제품의 소비 진작을 위한 자구책으로 선전하는 날도 있다. 조류독감 여파로 등장한 치킨데이, 3월 3일의 삼겹살데이 등이 그렇다.

이외에도 전남 나주에서는 1월1일을 배데이로 지정했고, 전남 농업기술원은 5월2일을 오이데이로 정했다. 한국오리협회는 이날을 오리데이로도 부른다. 8월18일은 전라남도가 지정한 쌀데이 인데, 볍씨 파종에서 수확까지 여든 여덟 번 손이 간다는 의미와 ‘쌀 미(美)’자 속에 들어 있는 ‘열 십(十)’자를 합쳐 날을 정한 것이다.

이러다가 365일 모두 의미가 부여된 Day로 채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업종에 따라서는 1년간의 어려움을 며칠 동안 다소나마 만회하기도 한다. 이제 생각의 폭을 넓혀 자신이 하고 있는 업종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날짜마다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고객 눈길을 끌 수 있는 장소에 달력 형태로 실내장식을 해보자. 번뜩이는 재치를 반영한 아이디어로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어 보는 것을 어떨까.

김보영 소상공인진흥원 울산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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