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세계적 사상가로 이름난 임어당이 한국을 방문하여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은 커서 재상이 되고, 호사를 누리고 자라게 된 그 재상의 자식은 커서 놈팽이가 된다." 60년대, 긴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희피족, 태양족, 하면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들의 행태를 두고 한 말로 기억된다.

 지금의 사회 현상은 그 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세가 아닌가싶다. 불만이 있다고 술에 취해 차를 타고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현관으로 돌진하지를 않나, 경찰차를 들이받아 순경이 숨지게 하고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를 않나. 도를 더해 카드 빚에 쫓겨 부모를 칼로 찔러 죽이는가 하면 돈 때문에 어린이를 납치하는 범행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너무나 무서운 세상이다. 손님인 줄, 음식배달 온 줄 알고 문을 열어 줬더니 칼 든 강도가 들이닥친다.

 사람이 사람답기를 바라는 것이 안 된다면, 도둑이라도 도둑다운 데가 있어야 한다. 강도도 강도다운 데가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건 강도도 도둑도 아닌 미쳐버린 야수들의 돌진 같기만 하다. 막을 도리도 피할 도리도 없는 꼴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사람다운 사람을 만든다고 평생을 교단에 서 있었는데, 그동안 뭘한 것인가. 가르치지 않았거나 잘못 가르쳤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학교는 모든 가르침을 죽기 살기로 진학에만 맞추고, 집에서는 내 자식만 생각한다. 안팎으로 얼토당토 않은 조기 교육에, 이익만 따지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인성교육은 말뿐이다. 건전한 경쟁의 정신, 이긴 상대를 위해 박수를 쳐주는 멋진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야유와 조롱이 훨씬 일반적이다. 인접한 학교와의 전통적이고 낭만이 깃든 어떤 시합도 없어졌다.

 기본적인 정서를 갖추도록 하는 교육 행위는 그 중요성을 잃었다. 지금도 가르치고는 있지만 효도, 예절, 책임감, 사명감 등은 그저 거쳐야 하는 상식으로서의 과정일 뿐이다. 기본도덕이나 예절은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우리 사회의 풍조와 맞물려 논의조차 않는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어린이를 납치하는 것은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회적 공론이 없으니, 그 많은 시민단체들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무엇인가.

 학교에서도 좀더 큰 노력으로 기본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옳고 그름과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무관심하거나, 잘못에 대한 인식의 감각이 마비되었거나, 그도 아니면 귀찮아서 무의식적으로 그 책임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론이나 상식, 교양으로서가 아닌 행동으로서 후세들을 일깨워야 한다. 실제 생활과 연계된 사례들을 예로 삼아 우리의 2세들을 단단히 가르쳐야 한다. 사회적 흐름이 바뀔 때까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손을 놓고 망연하고 있다가 더 큰 사고가 닥칠 것만 같은 예감에 몸서리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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