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박목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이른 새벽에 깨어 울곤 했다.

나이는 들수록

한(恨)은 짙고

새삼스러이 허무한 것이

또한 많다.

이런 새벽에는

차라리 기도가 서글프다.

먼 산마루의 한 그루 수목처럼

잠잠히 앉았을 뿐"

눈물이 기도처럼 흐른다.

뻐꾹새는

새벽부터 운다.

〈난(蘭)·기타(其他), 신구문화사, 1959〉

뻐꾸기는 새벽부터 우는 것도 아니다. 새벽에 깨어 울곤 했던 시인이 그렇게 여겼을 뿐. 내가 자주 가서 밤을 보내는 곳 근처에는 한밤중에도 뻐꾸기가 운다. 밤새 뻐꾸기 소리를 듣고, 날이 새기 무섭게 어디서 왁자하게 지저귀는 소리를 따라 마당에 나가보니, 꼭 엄지손가락 만한 작은 새들이 나뭇잎을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무언가 열심히 찾아먹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도 않는다. 먹이에 정신이 팔려 그런지. 사람들과 친숙해 져서 그런지. 아니면 내남없이 사람들이 같잖은 짓을 해대니, 새들도 이제는 사람을 무시해버리게 됐는지. 거 참. 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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