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해설사 전옥련(54)씨는 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닌다. 울산의 역사·문화 유적지에 있지 않으면 역사와 관련된 책을 들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고 있노라면 선사인들이 어떻게 울산에 왔을까가 궁금하다. 처용에 얽힌 이야기를 듣노라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낸 선조들의 지혜를 실감한다.

 처용암에서 목이 없는 세종대왕의 형상을 느끼기도 하고 처용암 위에 어떻게 팽나무, 동박나무들이 살 수 있을까 궁금하다. 때로는 자장율사와 선덕여왕의 미묘한 애정관계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이렇듯 역사와 유적지 하나하나에서 흥미를 놓지않는 그는 문화유적지에서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쉽게 설명해 주는 문화유산해설사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울산을 안내하기 위해 버스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차를 타고 다니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울산의 내음"을 맡기 위해서다.

 부산에서 태어나 15년간 서울에서 살다가 울산에 온 지 7년밖에 되지 않는 그가 울산시 문화유산해설사 자원봉사를 나서게 된 것은 40여년간의 우표수집 취미활동이 계기가 됐다.

 우표 공부를 하던 중 일본 우체국 일부인(날짜도장)에서 울산시 삼산동 일대가 일제시대 비행장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울산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우표수집 관련 교재를 발간하기도 한 그는 이후 반구대 암각화에 매료돼 암각화 그림을 울산우체국의 일부인으로 사용할 것을 우정사업본부에 건의했다. 그래서 울산우체국 반구대 암각화, 언양우체국 자수정, 서생우체국 서생배, 진하우체국 간절곶 등대, 장생포우체국 울산극경회유해면, 북정동우체국 울산향교 도안을 각 우체국의 일부인으로 사용하게 됐다.

 "울산이라는 도시는 알면 알 수록 매력있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 세계 제일의 자수정,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 고래" 그래서 제 이메일 아이디도 "OK-ULSAN"이랍니다"

 그는 지역을 다른 곳에 알리는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편지봉투의 우표에 찍히는 일부인에 지역의 특색을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편지나 엽서는 전국 곳곳,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가지 못하는 곳이 없거든요. 울산우체국이라는 이름과 반구대 암각화 도안이 들어간 일부인이 찍힌 편지나 엽서가 전국, 세계로 간다는 것이지요. 적은 돈을 들여 울산을 알리는 데 이만큼 간단한 방법이 또 있겠습니까"

 여고시절 과일시리즈 우표에 "푹" 빠진 이후 틈만 나면 우표에 대한 지식쌓기와 우표 작품집 만들기에 매달려온 그는 지난 88년 세계우표전시회에서 현대우취부문에서 1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사)한국우취연합·우취강사, 울산우표취미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표작품집에 이어 지금은 "울산사랑"을 주제로 울산지역 유적지를 담은 자료집을 만들고 있다. 관광객들과 울산지역 청소년들에게 울산의 문화를 정확하고 알기쉽게 설명하기 위해 직접 촬영한 유적지 사진에 설명을 덧붙이는 작업 중이다. 최근 2년간 구입한 울산지역 문화재 관련 책만 100여권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도 잊지 않는다.

 "숙제때문에 마지못해 유적지를 찾은 학생들에게 지역의 문화·유적지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싶어 나름대로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태화사지 십이지상 부도"는 태화사, 지, 십이지상, 부도를 따로 떼내 단어풀이를 해주고 인터넷이나 책에는 없는 뒷 이야기를 곁들이죠"

 그는 우표 공부를 하면서 서른 셋에는 부산여전에서 일어 1년과정을 수료하고 서른 일곱살에는 국립공업대학 인쇄공학과에 진학키도 했다. 이때 틈틈이 배운 한자와 일어실력도 유적지 현장에서 외국인들을 안내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쉰 넷이라는 나이는 의식하지 않습니다. 걸스카웃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자신의 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가 청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아직도 청년인거죠. 저처럼 울산을 찾는 사람들이 울산 곳곳에 매료될 정도로 안내하기 위해 문화유산해설사가 지녀야 할 전문적인 지식 갖추기에 온 몸을 던질겁니다"

 20명의 울산시 문화유산해설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토·일요일과 공휴일 오전에는 울산역 광장에 있는 종합관광안내소, 오후에는 태화사지12지상부도, 울산왜성, 울산향교, 처용암, 개운포성지, 전 수운 최제우 유허지, 성암동 패총 등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박은정기자 musou@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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