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이 22일 새벽에 극적 타결됨으로써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하투(夏鬪)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흥파업은 그동안 온건노선을 걸어온 한국노총과 정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돼 노사 뿐 아니라 전체 노동계와 경영계로부터 적지않은 관심의 표적이 되어왔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번 사태는 노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화물 연대에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확인한 것은 정부가 여전히 친노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선 사업장의 노사 협상에서 사용자보다는 노조측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친노정책이 향후 하투에 미칠 영향이다.

□조흥은행 파업을 진두지휘했던 한국노총이 오는 30일 산하 조직 20여만명의 조합원을 동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다음달 2일 총파업을 준비하는 등 하투 일정이 노동현장을 점점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울산지역에서도 현대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저마다 파업태풍에 따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실리행보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공동 요구안과 총파업 일정에 따르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측에 4개의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이 공동으로 요구한 노동조건 없는 주5일 근무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의 사안도 빼버렸다. 이처럼 노조가 상급단체의 공동요구안을 배제한데는 "사안 자체가 회사의 실정과 조합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중노조의 실리행보는 앞으로 진행될 노사협상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대심리와 각종 변수 등으로 해 최종 타결을 끌어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현중노조의 실리행보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조합원들의 상당한 호응도 예견된다. 지난 95년부터 노사의 공동 노력으로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회사라서 더욱 그렇다.

□최근의 노동운동 흐름을 놓고 많은 시민들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어버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대적 노사관계로는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현중노조의 실리행보가 성공을 거둬 새로운 노사문화의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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