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시작된 가운데 비브리오 패혈증에 이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까지 확산돼 식중독과 전염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등지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됐거나 감염의심환자 13명이 발생, 2명이 숨지고 보균자도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립보건원은 경기 S재활원생 2명에게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돼 4세 남아는 20일 숨졌고 14세 소년은 중태라고 밝혔다.

 같은 재활원의 다른 원생 15명에게서도 장출혈성 대장균이 내뿜는 독소가 분리됐다고 한다. S재활원생 외에도 서울 4명, 경기 5명, 충북 1명 등이 용혈성 요독증으로 신고됐다. 경기도 양평 8세남아의 경우 용혈성 요독증으로 치료받다 지난 15일 숨졌다고 한다.

 제1군 법정 전염병인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전국에 확산될 기미가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이달초부터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후 발생하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대한 병원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그러나 의심환자 10명중 8세 남아의 경우 이미 지난 9일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이 쌓이는 용혈성 요독 증세로 15일 숨졌으나 확보된 가검물이 없어 해당 대장균 감염 여부를 밝히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발병 환자들의 정확한 감염경로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오염된 쇠고기가 포함된 햄버거 등을 통해 전파되는 사례가 많다. 수년전부터 쇠고기를 대량 수입해온 국내도 일찍부터 장출혈성 대장균의 상륙이 경계 대상이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1982년 미국에서 발견된 뒤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O-157균이 대표적이며 O-111, O-26 등도 있다. 이들 식중독균에 감염되면 대개 3~8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출혈을 동반한 설사 증상 등을 나타나고 균이 독소를 뿜을 경우 신장 기능이 손상돼 요혈성 요독증이나 혈전성 혈소판 감소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 쇠고기 등을 섭씨 70도에서 가열하는 것이 좋다.

 비브리오균도 문제다. 전남 광양에서 지난 13일 올해 첫 비브리오 패혈증 사망자가 나온데 이어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감염환자가 잇따른다고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어패류가 주요 발생·전파 요인으로 간장질환자 등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장마철 취약기에 보건당국은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아동보호시설은 식중독 예방에 보다 철저하기 바란다. 일반 국민들도 위생관리에 보다 더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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