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정치적 역량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대표를 선출하는 공명선거.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바람직한 선거의 모습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공명선거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그 원인의 하나가 바로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폐단으로 지적돼온 온정주의다. 알지 못하는 "남’보다는 기왕이면 사돈의 팔촌일지라도 조금이나마 자신과 연고(緣故)가 있는 후보자면 좋지 않을까 라는 그릇된 생각이다. 온정주의는 혈연·지연·학연 등 사회적 조건을 공유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무와 권리를 분별하지 않고 오로지 정감에 이끌려 맹목적인 동류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옛부터 한국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오가는 정을 중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로 이어지면서 이상하게 변질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양상을 야기하였는데 이 특이한 속성은 정치집단에서 보다 뚜렷이 나타난다.

 이 온정주의로 인해 선거나 투표 때마다 ‘연줄 찾기’와 ‘파벌 형성’ 등으로 비리가들끓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그릇된 선거문화와 정치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것이 바로 ‘공명선거 운동’이며, 내가 참가한 ‘공명선거문화체험단’ 역시 같은 취지에서 실시되었다.

 울주군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공명선거문화체험단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울주군선관위 사무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선관위 직원들과 우리 학교 선거담당 선생님, 1.2학년 간부학생 28명이 체험단을 구성하여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먼저 체험단의 취지와 행사내용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현대중공업’을 방문·견학하였다. 그런 다음 울산지방법원을 방문하여 ‘판사와의 대화시간’과 ‘재판견학’ 등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었다. 재판절차에서부터 사법기관의 역할까지 폭넓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실제 형사재판견학이 이번 체험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울주군의회를 찾았다. 의회 및 울주군청 대회의실 견학을 하면서 부의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지방의회의 구체적 역할에서부터 입법부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설명과 토론식 대화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끝으로, 울주군선관위의 공명선거 강연과 공명선거홍보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공명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체험활동을 마무리지었다.

 나는 이번 공명선거체험활동을 통해서 공명선거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정’에 치우치는 선거의 실태를 보면서 지니치게 주관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정’에 이끌리는 건 어쩔 수밖에 없다고 치부해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에만 이끌려 뽑은 당선자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결국은 우리 자신에게 피해가 되돌아오리란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는 현재 한국 정치사회에서 부당한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반드시 후보자의 내재적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 바람직한 공명선거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이번 체험활동을 통해 깨달은 것들이 모든 국민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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