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월드컵 4강신화의 꿈을 이뤘던 도시에서는 그날의 감동을 재현하는 1주년 기념 시민대축제 행사가 그저께 열렸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물론 광주 금남로 도청앞 광장에서는 붉은 물결로 다시 뒤덮혀 지금의 난국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듯 한덩어리가 된 모습이었다. 광장에 모인 시민의 함성과 열광속에는 시민 개개인의 모습보다는 모두가 "대한민국" 또는 "도시"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마당 광장축제에 익숙하지 못한 울산 시민으로서는, 또 과거 광장에 모여 시위하던 기억이 깊이 배인 필자로서는 그러한 모습이 한편 부럽기도 했다.

 울산에도 "광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이 몇군데 있다. 울산역광장이나 울산대공원의 용꼬리 광장 등이 그렇다. 하지만 도시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역사가 짧은 만큼 광장의 역할과 의미를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도시의 광장만큼 도시의 역사나 상징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울산역 광장은 시민들의 쉼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중앙광장, 분수, 다목적놀이광장, 사계절 정원, 생태숲 등을 가꿔놓고는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광장의 주요 기능인 "만남"의 공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주차장 역할에다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밖에 쓰이질 못하고 있다. 광장이 주는 여유나 풍요의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고 "빨리 볼 일을 보고 떠나야겠다"는 황량함만 남아 있다. 울산시가 몇번 고치고 다듬었지만 "만남의 광장"이라는 범주에는 아직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 일반 광장과는 그 존재이유가 사뭇 다른 롯데월드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 자선무대 등의 소규모 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백화점이라는 기업의 영리가 최우선으로 운영되다 보니 광장의 공공성 개념보다는 매장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계절마다 주변환경이 감각적으로 바뀌면서 공연도 조금이라도 소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되고 있어 광장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광고인 소비매체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롯데광장은 사실 모두에게 "열린" 광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물론 형식적으로 열려 있지만 상술에 의한 위화감과 잠재적인 갈등이 노출돼 있어 서민들의 출입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이런 롯데월드광장이 최근 이벤트와 공연을 원하는 모든 개인이나 단체에게 광장무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공연에 필요한 무대의 기본 음향시설과 조명을 무료로 지원하고 백화점내 게시판과 방송 등을 통해 공연 내용의 홍보도 해준다고 한다. 이런 기업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지 간에 다양한 문화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울산시민들에게는 울산의 광장문화를 풍부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또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모임을 유발하고 만남이 연출되어야 하며 모인 시민들은 창조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업체측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민선3기 1년을 맞는 울산시도 이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 보다는 환경친화적인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생태환경을 가꾸는 등의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이런 움직임속에서 울산의 관문인 울산역 광장은 물론 대공원이나 문수체육공원 등이 공공성과 역사성을 갖는 "시민의 광장"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울산에서도 문화의 상징성, 그리고 110만 울산 시민의 의지가 담긴 "그럴듯한" 광장 하나정도 가꾸는 것도 올산시의 몫이요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jocap@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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