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자유수호전쟁을 회상하는 "타이거 장군 송요찬"의 회고록 305 페이지에는 "결국 송요찬은 충용스러웠던 160명의 부하장병들을 적진 속에 내 버리고 도망친 사단장이 되고 마는군..."하는 대목이 있다.

 육군 제3사단 18연대 2대대 6중대 160명이 북진 당시 함경북도 봉강을 공격하던 중 1·4후퇴 철수 명령을 통신두절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급 연대병력이 철수하고 백골부대 6중대만 남아 밀려오는 중공군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다가 겨우 2명만이 적의 포로가 되어 살아 남았고 나머지 모두가 전사한 기막힌 사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1950년 안강 기계 전투에서 적 12사단을 전멸시킨 대승을 시작으로 연전연승의 용맹을 떨치던 진백골 6중대에는 우리고장 울주군 온산면 출신 용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 영혼을 기리는 추모제가 1998년부터 매년 6월에 이곳 온산면 화산리에서 그 부대명을 그대로 이어온 오늘날 현역 백골부대원들과 이 지역의 참전용사, 유족,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모여 열린다.

 이 위령제에 참석하는 분들도 벌써 나이가 70~80세로 머지않아 이 분들마저 돌아가시면 이 상처를 기억하는 사람도 없이 진백골부대의 장렬한 희생이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국전 참전국인 미국, 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는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350만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지난 50년 동안에 잊혀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평화협정은 서명된 바 없고 전쟁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기 때문이다" 라고 한국전쟁 정전 5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을 방문한 한 노병이 한 말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해외의 참전국 용사들은 그 날을 기리고 그 고통과 그 눈물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하려 한다.

 그런데 오는 7월 초순 방한하는 한국전 참전 미군 120명이 울산에서 제일 가는 수출업체를 시찰하고 싶어하여 그 회사에 협조하였던 바, 회사 관계자는 "울산의 사업장은 임단협 공동투쟁을 위해 오는 7월2일 총파업을 예정해놓고 있다. 도와준 나라의 발전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공장 안에 온통 붉은 프랑카드로 전투적인 모습을 어떻게 숨길 수가 있겠습니까?"하고 한숨지었다.

 우리의 불안한 노사문제가 해외 우방국민의 우정어린 방문일정에 마저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하루빨리 노와 사가 하나되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뭉쳐야 하겠다.

 우리는 이들의 한국 방문이 즐거운 가운데 자유를 지켜준 한국이 이제 전쟁의 폐허에서 성공적으로 재기하였음을 보여주고 진정한 민간외교의 우의를 돈독히 다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이런 만남을 통하여 전쟁의 공포와 폐해를 영원히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는 사회 풍토를 튼튼히 다져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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