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25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룬 이번 수사의 특수성과 정치권의 공방 등 어려움에도 불구, 특검팀의 활동은 대체로 객관적이고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현대그룹 150억원 비자금 향방 등의 의혹을 파헤치지 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실체적 진실을 상당부분 확인,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한 것은 중대한 성과다.

 특검의 수사결과 대북송금은 청와대-국정원-현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외압에 의해 현대에 대한 상업은행의 대출 및 5억달러 규모의 대북송금이 불법적으로 진행됐으며 현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이 과정을 은폐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문화공보부 장관,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대통령 주변의 요인들을 포함한 대북송금 관련자 8명을 기소한 것은 이같은 불법과 실정법 위반에 대한 엄단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1억달러를 북측에 지급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특검수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문제는 대북송금 의혹의 실질적 중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검의 발표는 정상회담 대가설을 부인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측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검은 이와 관련,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송금,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수사결과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청와대측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도덕적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DJ정부의 주요 치적인 "햇볕정책"의 도덕성에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결과는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대북송금 사법처리의 정당성 여부와 유무죄 논란 등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사업을 국익을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로 간주해온 청와대측의 "통치행위론"을 둘러싸고 법리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수사 막판에 불거진 현대의 150억 비자금 조성의혹과 박지원 전 장관의 뇌물수수설은 새로운 불씨로 등장해 정치적 논란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특검의 진실규명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 이같은 수사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이상 남북관계가 상처받고 후퇴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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