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까 봄날은 벌써 어둡고

 그 친구들 허전한 웃음 끝을

 몰래 배우네

  -마종기의 詩 〈연가〉

 죽고 사는 것이 흐르는 물소리와 무엇이 다르랴.

 산문적인 우리의 삶에 시인은 충격과 긴장을 주며 감동의 순간을 노래한다.

 나는 아침마다 내가 좋아하는 시 몇 편씩을 암송한다.

 내 가난한 영혼을 적셔주는 비타민 같은 詩들(고전이 된 아름다운 시편들을 나는 비타민 詩라고 부른다)".

 어떤 날은 萬海의 시, 또 어떤 날은 청마의 시, 그리고 미당이나 木月, 시인의 영혼이 알몸으로 드러나 있는 아름다운 시편들". 詩語 하나 하나에 햇빛과 바람소리, 비 소리, 강물 소리, 벌레 소리들". 온 우주가 담겨 출렁인다.

 아직도 풋풋한 삶의 진실과 감동이 살아서 가슴에 닿는 고전이 된 비타민 詩들을 흥얼거리면서 나는 마치 산사에서 한 잔의 샘물을 마시듯 잊어가고 있는 내 마음속 詩心찾기를 하며 감동의 샘물을 즐겨 마신다.

 "한 순간 분노가 치솟아 오를 때, 좋은 시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에 평정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병든 인간의 마음에 한편의 詩가 치료약이 될 수 있다는 어느 외국 수도사의 말이다. 공감을 주는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아름다운 시심을 갖고 살 때 비록 우리의 하루가 남루할 지라도 삶은 건강해 지고 우리는 봄날처럼 푸른 풍경이 된다.

 매사에 자꾸만 조급해 지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흘러가는 현대인들의 삶. 일상적인 삶에 짧은 시간이지만 詩心을 찾고, 시를 읽는 시간을 갖는 일은 소중하다.

 낭낭한 목소리로 좋은 시를, 비타민 같은 시들을 암송해 보는 시간을 확보 해보자. 시를 가까이 하는 삶 속에는 모과향 같은 삶의 향기가 살아 숨쉰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는가. 사회가 이상하게 발랑 까져서 보기가 흉하게 되어 가고 있다. 삶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고만 있고, 얼핏 물질은 풍요로운듯 한데 삶의 질은 더 낮아지고 있다.

 "사고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의 교양 수준이 높아져야만 한다. 이제 시민들의 사유의 깊이가 깊어져야한다.

 삶이란 새로움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없다면 그 삶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현대는 산문의 시대라 독자들이 시를 멀리 하는 시대지만 이제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시로, 이웃들이 맑은 시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한편의 시를 읽으며 시인들의 깊은 사유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감동은 소중하다.

 나는 요즘 학습에 흥미를 잃고 있는 인문고교 학생들에게, "비타민 詩"편들을 노트에 베껴오게 하고, "비타민 詩"를 암송하는 숙제를 준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만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서시, 김기림의 길, 바다와 나비 등등의 시들을 암송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맑은 시심에 젖는 것을 본다.

 시 암송 교육이 학생들의 인성지도에 조그만 효과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시가 주는 인생의 비밀인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나는 비타민 詩로 학생들과 만나며 그들의 삶을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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