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병렬 대표를 뽑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은 향후 여야 관계와 정계재편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국회 과반의석의 거대 야당이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두차례 대통령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같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말로는 개혁을 내세우면서 상호비방을 일삼는 과열·혼탁상을 재연한 것이 그렇고, 정치를 아직도 여야의 대결구도로 보는 인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일부 대표 후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강력한 야당"이라는 단골메뉴는 오래전 정치권의 명제였던 민주-반민주의 대결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국회의원 재적 272석 가운데 153석을 점하고 있는 "강력한" 정당이 어떻게 더 강력해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힘의 논리로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시절의 인식과 선동적인 구호를 버리지 못하면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 대표는 23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선거인단의 선택으로 정해진만큼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기반은 있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이회창 시대"의 정치지도자로서 차기 집권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호비방과 감정대립이 극심했던 선거운동의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반대로 당의 분열을 재촉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구보수"로 인식돼온 당의 색깔을 바꾸기 위해 새 대표부터 그동안의 정치관을 과감히 버리고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면서 "건강한 야당"을 만드는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과 어떻게 대화하고 타협하며 주도적으로 정국을 이끌어나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경제가 어렵고, 노동계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는데도 정치권이 국회를 외면하고 민생을 팽개친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는 철저히 파헤쳐야 하겠지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캐내기"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정국운영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새 대표 선출에 이어 이달말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원내 제1당으로 거듭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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