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제도권에서 벗어난 다문화가정
④ 실생활과 접목된 서비스 다양해져야

▲ 밝은미래복지재단은 ‘결혼이민자 감성프로젝트-한국엄마 맺어주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엄마 역할의 방문교사가 한 결혼이주여성의 집을 방문해 가계부쓰기와 육아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여성 A씨는 육아와 요리에 서툴렀다. 한국말도 잘하지 못하는데다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히 없었다. 한국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그에게 ‘친정엄마’가 생겼다. 밝은미래복지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감성프로젝트-한국엄마 맺어주기’ 사업을 통해서다.

한국엄마가 된 최미경(42)씨는 A씨의 엄마이자, 친구이자, 이웃이 됐다. 처음에 서툴고 어색해하던 A씨도 한국엄마에 대한 애정과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최씨는 “어느 날 A씨의 집을 갔더니 아이가 아파서 울고 있었다”며 “A씨가 육아의 경험이 없으니까 아이가 아파서 우는지 모르고 우유를 안 먹는다고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A씨와 함께 병원에 가줬다. 당황해하는 A씨를 옆에서 따뜻하게 보살펴줬다.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는 최씨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사를 하면 낯선 환경과 문화 때문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며 “타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은 오죽할까 싶다”고 밝혔다.

최씨는 A씨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음식 만드는 것도 알려주고, 아플 때 쓰는 약도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들 평소 먹을거리도 함께 만들고, 아플 때 쓰는 약도 언제 어느 양만큼 먹어야 하는지 꼼꼼하게 챙겨준다. 최씨의 이런 작은 세심함 하나가 결혼이주여성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울산시, 다문화가족 우수프로그램 공모
‘한국엄마 맺어주기’등 총 6개사업 선정
결혼이주여성 단순 한국어 교육 넘어서
실생활에 도움될 서비스·프로그램 절실

◇한국엄마 맺어주기 호응

울산시는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우수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공모사업에 선정된 곳은 총 6곳. 이중에서 밝은미래복지재단 다문화가족센터(이하 센터)는 ‘결혼이민자 감성프로젝트-한국엄마 맺어주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밝은미래복지재단은 ‘결혼이민자 감성프로젝트-한국엄마 맺어주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엄마 역할의 수행할 방문교사들이 지난 6월 9시간에 걸쳐 한국엄마되기 보수교육을 받았다.

A씨도 이 사업을 통해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는 한국엄마가 생겼다. 특히 A씨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센터 등을 이용하기 힘들어 이 같은 방문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엄마들은 지난 2010년부터 밝은미래복지재단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해온 방문교사들이다. 이들은 한국엄마가 되기 위해 지난 6월 총 9시간에 걸쳐 보수교육을 받았다. 센터는 방문교사 중 희망자를 신청 받아 ‘한국엄마되기’ 수업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이해와 상담교육 등을 실시했다.

밝은미래복지재단 김옥수 사무처장은 “한국엄마 역할을 하게 된 방문교사들은 3년째 한국어교육을 해온 분들이라 결혼이주여성들의 사정에 밝고 노하우가 있는 베테랑들”이라며 “현재 방문교사들이 일주일에 1~2번씩 결혼이주여성의 집에 방문해 한국어와 경제문제, 아이 양육까지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이주여성과의 ‘대화의 시간’은 센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다.

김 사무처장은 “2008년부터 다문화가족사업을 시행하면서 욕구조사를 해보니까 결혼이주여성들이 실질적으로 한국생활 지도나 자녀를 키울 때의 고충, 고부갈등, 남성과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다”며 “여러 가지 일들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에 어려운 점도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개인차로 발생하는 것들이다.

김 사무처장은 “한 이주여성은 적극적으로 숙제를 하고 독학을 하려는 반면, 다른 한 이주여성은 조금만 힘들면 그만두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가 해줘야하는 숙제도 많다. 이주여성들이 얼마나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각적인 서비스 욕구 부합 필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 기존의 사회복지제도 및 서비스의 내용들이 결혼이주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이주여성의 서비스 이용에 관한 영향요인 연구’에서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에 걸쳐 있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문제, 취업문제, 가족문제 등 다각적인 서비스 욕구에 부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사업 중 한국어교육이 48.1%로 가장 높았으며, 가족통합 및 다문화사회 이해 22.3%, 취·창업지원이 11.1%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업이 한국어교육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다문화사업을 하면서 한국어교육을 위주로 했지만, 정작 결혼이주여성이 통장을 하나 만들지 못하고 병원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시어머니와 남편이 도와줄 때까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한국어를 바탕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에서 결혼이주여성 6만9394명을 대상으로 한국적응 관련 서비스의 이용수준과 실태를 분석(표 참조)한 결과, 과반수에 가까운 결혼이주여성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적응 관련 서비스는 45.8%가 이용한 적이 없었지만, 가족 및 자녀 관련 서비스는 60.9%, 임신 및 출산 관련 서비스는 69.1%, 직업훈련 서비스는 무려 88.6%가 이용한 적 없었다.

연구에서는 “4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한 적이 있는 경우는 4.6%였다”며 “결혼이주여성이 평균적으로 1.31개의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38.4%는 한 가지의 서비스도 이용한 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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