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 ‘조선시대 무덤 이야기’
김우림 울산박물관장

▲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이 3일 CK 아트홀에서 열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조선시대 무덤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무덤은 당대의 복잡한 문화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시대상을 이해하고 역사를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많은 무덤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서 많은 내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경상일보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3일 오후 7시 울산시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조선시대 무덤 이야기’라는 주제로 2학기 첫 강의를 시작했다. 비스니스컬처스쿨 11번째 강의인 이날 강연은 울산박물관 김우림 관장이 맡았다.

김 관장은 이날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묘역을 중심으로 거기에 융합돼 있는 각종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 관장은 상장례(喪葬醴)와 묘제(墓制)는 복잡한 문화요소가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시대 사람들의 종교관과 생사관, 내세관 뿐만 아니라 정신생활과 일상생활, 사회생활 등의 사회구조를 유추해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무덤은 피장자의 신분에 따라 능(陵)과 원(園), 묘(墓)로 크게 구분하는데, 왕과 왕비의 무덤을 능, 왕세자·왕세자비 및 왕의 종친 무덤을 원, 능·원에 해당되지 않는 사대부 및 일반 서인들의 무덤을 묘라고 일컫는다. 조선시대에는 이같은 분묘의 규모에 관한 규정이 <경국대전>에 나온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묘역은 ‘계체석’이라 불리는 단(段)이 2층계로 만들어져 있는데, 상단의 ‘계절’(階節·무덤 앞에 평평하게 만든 땅)과 하단의 ‘배계절’(拜階節·계절보다 한층 낮춰 만든 평평한 땅)로 구분된다. 계절은 망자를 위한 공간으로, 망자에 대한 봉분과 석물이 배치되고, 배계절은 생자의 활동공간으로 생자에 대한 석물이 배치된다.

이와 함께 음양론에 의거해 망자의 공간인 계절에서는 서쪽과 오른쪽을 중요시해 남편이 오른쪽에 묻히고 부인은 왼쪽에 묻힌다. 반면 생자의 공간인 배계절에서는 동쪽과 왼쪽을 양의 개념으로 해석해 석물이 배치된다. 이는 조선시대 묘역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김 관장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묘제에 나타난 석물 가운데 가장 기원이 오래된 망주석(望柱石)에는 불교적 설화요소가 융화돼 있는데, 남과 밤으로서의 흰쥐와 검은쥐가 망주석에 새겨져 있다. 흰쥐가 낮을, 검은쥐가 밤을 상징하는 내용은 불교의 <불설비유경>에 나타나 있다. 이 또한 좌우, 상하 배치에 있어서 음양론이 치밀하게 결합돼 있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 묘역에 있어 풍수지리설은 신도비(神道碑)의 동남쪽 배치 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등 묘역 전체를 이해하면 그 시대의 사상이나 생활철학 등을 유추해낼 수 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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