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까지 공공재화나 서비스는 정부만이 생산, 공급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기존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민간회사가 주관하고, 공립학교나 상하수도 사업을 민간회사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교도소도 민간위탁해 운영한다면 어떨까? 타성에 젖은 우리의 생각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에 부담을 느끼지만,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부담스럽거나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된다.

 외국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영국의 경우 정부기관이 민간 채용대행업체에 공무원 채용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속진임용제(fast stream)"를 통해 조기 승진을 유인책으로 우수 인재를 선발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 우리의 행정고시와 달리 민간기관이 시험을 주관하며, 집단토의·정책분석·관리능력·면접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채용의 질이 매우 높다고 한다.

 또다른 예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립학교 대리 운영회사로, 필라델피아시(市)가 20개 공립학교의 경영을 민간위탁한 "에디슨 스쿨"을 들 수 있다. 199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1995년 4개의 공립학교를 대리운영하기 시작해, 23개 주 136개 부실 공립학교에서 7만5000명의 학생을 민간위탁 받아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면 지난 99년 11월 대구시로부터 대구 하수처리량 40% 정도를 처리하는 신천하수처리장을 위탁받아 운영해온 ㈜환경시설관리공사가 있다. 민간위탁 이후 처리장 운영비가 13억여원 감소했고, 처리된 방류수의 수질 오염도가 위탁 당시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처리장 인력도 37.9% 감축해 민간위탁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사례 때문인지 현재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직영 상수도사업을 지방공사 운영 또는 민간위탁, 민영화하는 등의 방안을 찾고 있다. 이밖에 법무부 등의 교정업무 민간위탁 방침에 따라 국내 첫 민간교도소가 이르면 오는 2004년 문을 열 전망이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얼마전만해도 물을 사먹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사설경비업체에 돈을 주면서 자신의 신체, 생명, 재산을 의탁하는 일은 보기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환경오염으로 깨끗한 물이 귀해지자 물이 상품화 되었고, 상수도에 대한 불신은 많은 민간생수업과 정수기산업을 자생시켰다. 그리고 사회불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치안서비스는 우후죽순처럼 많은 사설경비업체와 보안·경호회사, 호신장비생산업체들을 양산하였다.

 바로 이것이 자유시장의 원리이다. 수요에 적절히 응답할 수 없는 공급은 외면 당하게 되고 새로운 공급원이 이를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수돗물도, 치안서비스도 수요자가 이를 불신하게 될 경우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생산성이 민간부문보다 뒤지게 되면 시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의 비용편익을 따지게 되고, 불평과 저항을 나타내며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정부부문 재화나 서비스가 민영화나 민간위탁 또는 외부발주의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울산광역시도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시의성과 적실성을 갖춘 민영화나 민간위탁, 외부발주로의 전환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생활폐기물소각시설을 한라산업개발에, 상하수도계량기검침을 삼영건설기술공사에, 온산생활폐기물매립장침출수처리를 선경워택에 민간위탁한 것 등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되는 공공재와 서비스를 창출하고 민간부문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부문은 과감하게 민영화나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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