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 ‘호모루덴스로 살기’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경쟁·순위 매기기로
불안·공포가 사회 장악

노동시간·자살률 최고
경쟁 속 비인간성 심화

삶의 질 향상 위해서는
놀이의 중요성 알아야

“한국형 판도라 상자를 열면 경쟁, 순위 매기기 등 인생 살맛을 해치는 모든 것들이 나옵니다. 이제라도 마지막 희망을 보존하기 위해 한국형 판도라 상자를 닫아야 합니다.”

경상일보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 제13강 ‘호모루덴스로 살기-경쟁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접속하라’가 17일 오후 7시 울산시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온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는 한국만큼 바쁜 세상을 살면서 살아가는 재미를 못느끼는 경우도 흔치 않다며 현실의 모순을 지적했다.

호모루덴스는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하위징아가 제기한 개념으로,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그는 문화의 근원으로서 놀이는 인류의 시원에서부터 시작돼 왔으며 창의성을 발달시키는 놀이는 삶보다도 진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유지나 동국대 교수가 17일 CK 아트홀에서 열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호모루덴스로 살기-경쟁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접속하라’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유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주당 노동시간이 주 50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자살률은 OECD국가 평균의 2배에 이르고 있다. 국내총생산은 지난 60년간 746배 증가했으며, 현재는 세계 13위에 올라 있다.

또 OECD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보다 나은 삶’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26위, 어린이·청소년 분야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 교수는 이같은 경쟁체제 속에서의 성장과 모순은 비인간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핑크의 동기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제1동기는 식욕과 성욕이며, 제2동기는 보상(당근과 채찍)이고, 제3동기는 좋아하는 놀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 이론가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도 놀이는 생명과 창의력, 행복의 본질로서 즐거움 이상이라고 역설했다.

공자도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해서 즐기는 것을 최고로 삼았다.

유 교수는 한국의 경쟁사회를 판도라 상자로 비유했다. 판도라가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었을 때 온갖 사악한 것들이 튀어나왔는데, 놀란 판도라가 급히 뚜껑을 닫자 상자에는 희망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나라의 판도라 상자는 과연 어떨까. 한국형 판도라 상자를 열면 경쟁이 먼저 튀어나오고 순위 매기기, 상대적 박탈감, 불안과 공포 등 인생 살맛을 해치는 악한 기운이 주위를 장악해 버린다. 유 교수는 이제라도 희망이라는 마지막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경쟁으로 유혹하는 한국형 상자를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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