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교육계의 "법대로 하자"-박익조 문화교육부장〉

10년 전 신문지면을 통해 "신문을 활용한 교육"이라는 이른바 "NIE(Newspaper In Education)"에 대한 기사가 처음 보도됐다. 즉, 기존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신문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성과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워보자는 시도로 소개됐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 말 그대로 "신문의 모든 것과 신문으로 가르치자"는 교육적 시도였으며, "신문을 학습에 활용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는 운동"이 바로 신문활용교육인 것이었다. "살아 있는 교과서"인 신문을 활용해 열린 교육을 하자는 취지의 NIE는 1994년 지상 보도를 통해 일선 학교로 파급된 뒤 발전적 단계를 거쳐 우리 교육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NIE가 위기를 맡고 있다. 학기초 예산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에 이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에 이르기까지 신문을 펼칠때 마다 접하게 되는 교육계의 아귀다툼에 일선 교사들이 신문을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원단체나 학부모, 교육당국간 꼬리를 무는 고소·고발 사태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말문을 잃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행여나 학생들이 신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지 두려움 속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과 NEIS 시행으로 촉발된 교육계 갈등이 급기야 전교조의 교육부총리 고발, 교육단체들의 전교조 사법처리 요구, 교육부의 전교조 연가투쟁 위법성 수사 의뢰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화와 타협"을 가르쳐야 할 교육계에서 "법대로 하자"는 삭막한 분위기가 만연돼 빚어진 결과였다.

 여기에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30일 NEIS 시행지침에 반발해 법률적 근거도 없이 NEIS 시행을 교사들에게 강요했다는 이유로 울산시 교육감을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또 해당교사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도 독선적으로 NEIS를 강행한 학교장과 교직원의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학교장에 대해서도 곧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도 연가투쟁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에 팔을 걷어 붙이며 전교조 중앙집행부 간부와 울산지부장 등 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정말 삭막한 현실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조차 이처럼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만연하는 것에 대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해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가 울산시의 교육수장을 고발하고 정부는 그 교사들을 수사의뢰하는 정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어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참 갑갑하다"고 말했다. 교육단체 관계자들도 "최후수단으로 사용해야 할 사법적인 방법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대화·타협의 정신과 양보의 미덕을 가르쳐야 할 교육계가 "법대로 하자"며 험악한 대립·갈등 장면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그들의 사표가 돼야 할 교육계가 이처럼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교사들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교사들의 범법행위가 속속들이 공개될 경우 우려되는 학생들의 가치관 혼동을 막기 위한 당국의 작은 배려로 받아들여 진다. 교육계가 당국의 이같은 의지를 직시한다면 법을 좋아하다가 학생들 앞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이끌려 가는 과오를 범하지 않으리라 본다. ijpar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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